[SS포토]J리그 이적 수원 정대세, 홈팬들에게 큰절로 마지막 인사
수원 정대세가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전남전을 마친 뒤 유니폼을 벗어 그라운드에 놓고 팬들에게 큰 절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일본 J리그 시미즈 이적을 확정지었다. 2015. 7. 8.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정대세 가지마…’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승리였다.

정대세가 홈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골은 넣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풀타임을 뛰었고, 팀이 승리하며 선두 전북과의 간격을 드디어 좁혀 의미가 깊었다. 그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1라운드 전남과의 홈 경기에 선발 원톱으로 나서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했다. 지난 달 말부터 일본 이적설이 불거졌던 그는 최근 시미즈로 대상 구단이 좁혀진 상황이었다. 전남전 직전 수원 구단은 정대세 시미즈행을 확정, 발표했다. 그는 12일 부산전까지 마친 뒤 일본으로 간다. 그러나 부산전이 원정인 터라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의 경기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전남전을 앞두고 화성시 수원 구단 클럽하우스에 ‘영원히 응원할게 대세’란 플래카드를 걸기도 했던 팬들은 이날도 정대세를 추억하며 그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정대세 가지마’부터 ‘THANK YOU 14(정대세 등번호)’, SNS 해시태그를 활용한 ‘#초밥형 #항상 #함께해’ 등의 현수막이 북측 서포터석에 등장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그를 추억했다. “2012년 겨울 수원 감독이 된 뒤 독일 쾰른에 있던 그와 전화한 기억이 난다. ‘우리 팀 올래?’라고 물었더니 대세가 ‘기회 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더라”고 떠올린 서 감독은 “시즌 초부터 시미즈 등이 대세를 원하기는 했다. 그 땐 오퍼가 미미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대세가 계속 잘하면서 우리가 거절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금액이 올라갔다”고 이적 비화도 소개했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으나 정대세는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수원의 1-0 승리에 공헌했다. 후반 24분 수원 결승포 땐 보이지 않게 골을 기여하기도 했다. 왼쪽 측면에서 염기훈의 크로스가 올라올 때 문전에서 산토스, 서정진과 함께 쇄도하며 전남 노장 골키퍼 김병지를 위협한 것이다. 서정진의 오른발 슛이 골망을 출렁인 뒤 그는 총총 걸음으로 달려가 가장 늦게 서정진과 진한 포옹을 했다. 장내엔 “오늘의 승리는 정대세와 수원을 위하여”란 구호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전남 세트피스 찬스 땐 최후방에 자리잡아 상대 공격 시도를 두 차례나 막는 등 ‘갈 사람’이라고 몸을 사리지 않았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승점 39가 되면서 같은 시간 광주와 1-1로 비긴 선두 전북(승점44)와의 간격을 2점 줄이는데 성공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빅버드는 정대세와의 아름다운 작별 분위기로 무르익었다. 그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미모의 아내, 그리고 자신을 꼭 닮은 9개월 된 아들 태주를 데리고 나왔다. 마이크를 잡고 관중 앞에 선 정대세는 “2년 반이 짧은 기간이었으나 독일에서 경기를 아예 못 뛰고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수원에 왔다.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 팀 동료, 그리고 많은 팬 앞에서 경기를 뛰었다. 힘든 경기도 있었고, 좋은 경기도 있었지만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로 수원은 내 고향이 됐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 추격의 시동은 걸었으나 수원의 고민은 지금부터다. 정대세 공백을 메울 답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쿼터는 3장이 산토스와 카이오, 레오로 모두 차 있어 이들 중 나가는 선수가 없다면, 외국인 공격수를 추가 영입하기가 힘들다. 중국 2부리그 옌벤에 6개월 임대한 장신 공격수 하태균 복귀도 모색했으나 그가 거기서 너무 잘해 수원으로 올 수 없다. 하태균은 16경기에서 14골을 넣어 리그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옌벤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선두로 나섰다. 서 감독은 “하태균도 그 자리에서 잘 하고 있어 아마 오기 힘들 것 같다”며 “비어 있는 아시아쿼터를 비롯해 모든 문을 열어놓고 이적시장에서 다른 공격수를 찾아보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가장 걱정되는 것은 팀 분위기 저하다. 선수들도 보고 듣는 게 있다. 어쨌든 지금 2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어루만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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