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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출국을 앞두고 만난 전북 이동국. 인천공항 |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 기자] 우리나이로 마흔 살이 된 이동국은 오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뛴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 최고령 선수다. 김용대(울산)와 함께 1979년생으로 최고참이다. 올해 FC서울에 입단한 조영욱과는 정확하게 스무 살 차이다. 삼촌, 말을 조금 보태면 아빠뻘인 ‘어르신’이다. 전지훈련을 떠날 때마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의 나이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1월을 시작한지도 벌써 5년째다. 이동국은 “아무래도 장기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올해에도 다르지 않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지 5년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동국은 작년 말 전북과 1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의 말대로 어쩌면 은퇴가 임박했는지도 모른다.

◇ “마지막일 수도 있다, 꼭 더블 달성해야”

이동국은 1998년 포항스틸러스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정확하게 프로 20년차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었으니 전주성에서의 9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올해 목표는 뚜렷하다. ‘더블’이다. 전북은 최근 4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K리그에서 세 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한 번 정상에 섰다. 한계는 있었다. 한 시즌에 두 대회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매번 목표로 정했지만 어려운 과제였다. 작년에는 출전권이 박탈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018년은 기회다. K리그와 ACL을 위해 전력 보강을 탄탄하게 하는 중이다. 이동국은 “(손)준호도 왔고 그 외에 좋은 선수들이 추가로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더블을 꼭 달성하고 싶다. 전북은 K리그 최고의 팀이다. K리그와 ACL을 동시에 우승해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올해 은퇴할 수도 있으니 더블을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기록의 사나이, 올해에는 어떤 기록?

이동국은 K리그 기록의 사나이다. K리그 통산 200골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작년에는 리그 최초로 70-70클럽(200골 71도움)에 가입했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9년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했다. 더 이상 세울 기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다. 그가 가는 곳마다 새로운 발자국이 새겨진다. 이동국이 개인 목표를 위해 뛰는 건 아니다. 그는 “꼭 기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나가지 않는다. 골을 노리기는 하지만 그게 내 개인의 목표를 위해서는 아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올시즌엔 10년 연속 두 자리 수 득점에 도전한다. 작년보다 가능성이 크다. ACL 출전 불발로 전북이 K리그에 집중하면서 이동국은 주로 교체로 출전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해에는 두 대회와 FA컵까지 병행하기 때문에 이동국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늘 하던 대로 하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우선 목표는 아니지만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새 기록 달성을 다짐했다.

◇ “데얀의 결정 이해한다”

올시즌엔 이동국과 함께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데얀이 친정 FC서울을 떠나 라이벌 팀인 수원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뛴다. 이동국도 이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는 “뉴스를 보면서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싶었던 데얀이 수원으로 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국내 선수라면 다를 수 있지만 외국인선수에게 그런 걸 강요할 수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동국이 같은 상황에 놓이면 어떨까. 이동국은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지금 수원이나 서울로 가라고 한다면 갈등이 많이 될 것 같다. 못 갈 것 같기도 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수원은 전북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팀이다. 이동국과 데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그는 “선의의 경쟁이 되지 않을까. 데얀을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못 이겨도 전북이 수원을 이기면 되는 것”이라며 팀 승리를 앞세웠다.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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