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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전주=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0-2에서 3-2로 뒤집은 명승부였다. 주인공은 우리나이로 마흔살인 이동국이었다.

전북은 1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레이솔과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3-2로 이겼다.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하고 끌려갔지만 후반에만 3골을 터뜨리며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에 들어간 이동국은 만회골과 역전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반에는 크게 고전했다. 가시와가 준비한 전북 맞춤형 전략이 좋았다. 가시와는 일본 팀들이 즐기는 짧은 패스 플레이를 포기하고 수비적인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일단 수비에 집중하다 공을 빼앗으면 빠르게 측면으로 길게 연결해 빈 공간을 활용하는 작전이었다. 전북은 가시와의 전술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촘촘한 수비 라인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을 이끄는 이재성이 공을 잡는 빈도가 눈에 띄게 적었다.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공격도 실종됐다. 수비는 크게 흔들렸다. 그중에서도 오른쪽의 최철순이 공략 대상이었다. 전반 실점한 두 골 모두 오른쪽에서 나왔다. 10분 최철순이 전진해 있는 것을 확인한 오타니 히데카즈가 빈 공간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받은 로페즈는 골키퍼 홍정남이 뛰쳐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가볍게 골대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27분 실점 장면도 비슷했다. 로페즈가 오른쪽에서 돌파를 시도한 후 가랑이 사이로 크리스티아누에게 공을 내줬다. 이어 크리스티아누의 오른발 슈팅이 나왔다. 홍정남 손 맞고 흐른 공을 에사카 아타루가 재차 차넣으며 추가골을 터뜨렸다.

최강희 감독의 대응은 기민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신형민과 최철순을 빼고 이동국과 이용을 투입했다. 전반 약점을 드러냈던 4-1-4-1 포메이션 대신 김신욱 이동국 투톱을 활용하는 4-4-2로 전환했다. 효과는 즉시 나왔다. 이재성이 상대적으로 덜 밀집되어 있는 중원으로 내려오면서 패스 루트가 다양해졌다. 이동국의 전방 가세로 가시와 수비 부담도 커졌다. 전반과는 달리 가시와 수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공세를 펼친 전북은 후반 10분 만에 만회골을 넣었다. 이재성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이동국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방향만 가볍게 바꾸는 노련한 슈팅이었다. 30분엔 김진수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골문을 열었다. 전북은 계속해서 공격에 집중했고 39분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이동국이 침착하게 감아찬 공이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에 꽂혔다. 한겨울 추위 속 전주성에 모인 8704명의 관중들은 ‘오오렐레’를 외쳤다.

전북은 이동국의 맹활약 속에 가시와전 첫 승을 거뒀다. 지금까지 전북은 가시와를 상대로 1무 5패로 부진했다.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ACL 조편성 후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시와만 잡으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기대와 달리 전반전 불안했던 승부는 노장의 맹활약으로 뒤집혔다. 1979년생 이동국은 여전히 아시아 무대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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