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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1996년생 김민재가 올리고 1979년생 이동국이 받아 넣었다.

전북은 4일 일본 가시와레이솔 원정에서 승리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전반 16분 로페즈의 선제골과 후반 28분 이동국의 추가골을 묶어 2-0 완승을 거뒀다. 전북은 승점 12점으로 2위 톈진취안젠(10점)에 2점 앞선다. 6차전 킷치전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1위로 토너먼트 라운드 올라간다. 승점 13점으로 동률을 이뤄도 전북이 톈진에 상대전적 득실차에서 앞서기 때문에 선두를 지킬 수 있다.

전북은 전체적으로 공수 균형이 맞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득점이 시급한 가시와가 라인을 올리고 공격에 무게를 두는 점을 잘 활용했다. 공을 빼앗으면 이재성, 이승기, 로페즈 등이 빠르게 전진해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접근해 기회를 모색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추가골 장면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김민재가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왼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사실상 경기의 종지부를 찍는 골이었다.

김민재의 크로스는 의외였다. 센터백인 김민재가 코너플래그 앞까지 가는 상황 자체가 예상 밖이었다. 혼전 상황에서 김민재는 상대 수비를 등지고 부드럽게 돌아서며 킥을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었다. 수비를 앞에 놓고 시도한 왼발 크로스는 페널티박스 안에 대기하던 이동국에게 연결됐다. 김민재는 신장 189cm, 몸무게 88kg의 거구다. 투박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예상 외로 유연하고 기술이 좋다. 전북과 대표팀에서 창조적인 패스로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측면에서 크로스로 득점을 돕는 장면은 흔치 않다. 김민재는 평소 “빌드업을 더 잘해야한다”, “패스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처럼 중앙 미드필더가 할 법한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은 단순히 수비하는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김민재 스스로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도움은 김민재의 공격적인 면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중앙 수비수인 그가 대놓고 크로스 연습을 할 이유는 없지만 지금의 수비 능력에 의외의 공격력까지 발휘한다면 더 위협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이동국은 17살 어린 후배의 패스를 받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발등에 걸리는 순간 골을 직감하게 했다. 이동국은 이제 가시와에게 악몽 같은 존재가 됐다. 지난 1차전 경기 후 일본의 한 기자는 “이동국 선수, 스고이데스(대단하네요)”를 연발했다. 상대편마저 인정하는 킬러인 셈이다. 우리나이 마흔살인 그는 여전히 아시아 무대에서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ACL에서도 4골이나 터뜨렸다. 선발로 나선 김신욱이 침묵한 상황에서 단 하나의 슈팅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북이 아시아 정상을 탈환하려면 역시 이동국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동국의 발 끝에 전북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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