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이동국
전북 현대 손준호(왼쪽) 이동국이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 5라운드 2-0 승리를 이끈 뒤 스포츠서울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하고 있다. 포항 | 김용일기자

[포항=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내 집처럼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잘 할 수 있었어요(손준호)”

“항상 스틸야드에서 경기 뛰는 게 즐거워요. 팬들의 응원도 가슴속에 남아있고요.(이동국)”

열세 살 터울이자 포항제철중·고 선후배인 이동국과 손준호는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에 데뷔했다가 지난 2009년과 올해 나란히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둘 다 포항 프랜차이즈 스타로 사랑받았다. 어느덧 전북에서만 10시즌째를 뛰며 ‘녹색 전설’의 길을 걷는 이동국을 바라보며 손준호는 제2의 축구 인생을 그린다.

1990년대와 2010년대 포항을 대표하는 주자로 뛴 이동국과 손준호가 처음으로 전북 유니폼을 입고 함께 스틸야드를 누볐다. 그리고 승리의 히어로가 됐다. 둘은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5라운드 포항 원정 경기에서 나란히 골 맛을 보면서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전북은 두 포항 출신의 활약 속에 지난달 18일 FC서울전 2-1 신승 이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공식 경기 4연승 행진을 달렸다. 3연속 무실점 승리이기도 하다. 4승1패(승점 12)를 기록하며 경남FC(승점 13)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반면 포항은 첫 패배(3승1무)를 당하면서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오름세의 두 팀 맞대결인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지속했다. 전반 유효슛이 양 팀 통틀어 한 개에 그쳤는데, 한 개의 주인공은 손준호였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묵직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했는데 포항 수문장 강현무가 몸을 던져 쳐냈다. 후반에도 손준호는 한 차례 중거리슛으로 친정팀 골문을 위협하는 등 예리한 발끝을 뽐냈다. 하지만 좀처럼 0의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이때 분위기 반전을 이끈 건 ‘조커’ 이동국이다. 후반 17분 최강희 전북 감독은 아드리아노 대신 이동국을 투입했다. 그는 그라운드를 밟은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포항 골문을 겨냥했다. 이동국의 공이 골문 상단을 살짝 벗어나자 스틸야드가 들썩였다. 기세를 올린 전북은 4분 뒤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번엔 손준호의 발 끝에서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포항의 밀집수비를 파고든 그는 그 사이로 침투한 이승기에게 절묘한 로빙 패스를 넣었다. 이승기가 상대 수비 반칙을 끌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건 이동국. 대담하게 골대 정면을 향해 강하게 오른발로 차 넣었다. 리그 2호 골이자 시즌 6호 골. 그는 올 시즌 모든 대회 9경기에서 조커 위주로 투입되며 308분(K리그 118분, 챔피언스리그 190분)을 뛰고도 6골에 적중했다. 51분당 1골씩 넣은 셈이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선제 실점 이후 제테르손, 레오가말류 등 외국인 공격수를 투입했다. 이때 상대 추격 의지를 꺾은 건 손준호다. 오른쪽 수비수 이용이 공격에 가담해 낮게 깔아올린 공을 손준호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감각적인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친정팀을 상대로 전북 데뷔골을 꽂은 그는 두 손을 모으면서 골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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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추가골을 넣은 뒤 손준호(왼쪽 두 번째)가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이동국은 원정에서도 박수받은 것에 “태어나고 자란 곳, 프로 데뷔를 한 곳 모두 포항이다. 항상 스틸야드에서 뛰는 게 즐겁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준호도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었고, 전북에서 또다른 손준호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했다. 경기 후 최순호 감독에게 달려가 인사도 했다. “최 감독께서 수고했다면서 격려해주더라”고 말한 그는 “오늘 골로 전북에 더 녹아들고 동료들과 유기적으로 뛰고 싶다. 만족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국은 올 시즌 특급 조커로 거듭난 비결을 묻자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으면 모험적인 플레이가 믾아 나오는데, (시간이) 짧다보니 다소 소극적이지만 골을 넣기 위한 움직임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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