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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이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홈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28분 추가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전주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1979년생 이동국(전북)은 우리나이로 마흔살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30대에 접어들면 신체능력이 떨어진다. 근력이 약해지고 인대의 탄력도 줄어든다. 심폐지구력, 민첩성, 평형성 등이 1년에 1% 정도씩 하락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근육량이 줄어들고 체지방이 늘어나면 순발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35세를 지나면 저하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축구는 야구나 테니스, 골프 등과 달리 경기 내내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상대와 전력으로 부딪히는 격한 종목이기 때문에 신체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축구선수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이 되면 은퇴를 고려한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신체 관리 체계가 정교해져 현역을 유지하는 기간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무리 늦어도 30대 후반에는 대부분이 축구화를 벗는다.

이동국의 경우 신체능력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기이한 스타일이다. 키 187cm에 몸무게 85kg인 이동국은 체지방량 11%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데이터에 따르면 11.9%에 불과하다. 적은 순서로 따지면 전북 선수들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속한다. 알려진 대로 근육량이 많은데 체지방까지 적기 때문에 근력, 순발력을 유지하고 있다. 노장에게 가장 위험한 게 부상이다. 이동국은 신체능력을 유지하고 있어 다칠 위험이 적다. 실제로 그는 2006년 무릎인대를 다친 후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경미한 근육 부상으로 몇 주 정도 쉰 적은 있지만 장기 부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력을 보면 심폐지구력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이동국은 지난달 14일 전남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체력이 바닥나는 후반 추가시간 전남 수비수 김경재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며 머리로 득점을 만들었다. 당시 이동국은 1993년생 김경재보다 높이 뛰어올랐다. 두 선수는 공중에서 부딪혔는데 김경재는 이동국에 밀려 중심을 잃었다. 이동국의 신체능력이 어느 정도로 우수한지를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지난해부터 조커 능력이 부각되고 있지만 “선발로 나서도 무리가 없다”는 최강희 전북 감독 말대로 베스트11으로 나와도 제 몫을 한다. 이동국은 올시즌 K리그1에서 5골,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을 터뜨렸다. 아직 5월 초인데 한 골만 추가하면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한다. 만으로 39세인 공격수의 기록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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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반이 지난 1월 목포 전지훈련지에서 아드리아노와 러닝을 하고 있다. 목포 | 정다워기자.

이동국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전북의 물리치료사 지우반이다. 지우반은 전북 선수들의 전폭적인 믿음을 받는다. 신체에 작은 이상이라도 생기면 지우반을 찾아가 몸을 맡긴다. 지우반이 보는 이동국의 신체나이는 30대 초반이다. 실제보다 6~7세 어리다는 생각이다. 지우반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만으로 32~33세 정도라고 본다”라며 “타고난 체형이다. 식사,치료, 훈련 등에서 항상 좋은 것을 찾기 때문에 뛰어난 신체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동국이 평소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비결로 꼽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지우반은 “이동국은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향후 몇 년은 더 뛸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강력한 정신력을 갖춘 만큼 신체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빨리 은퇴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30대 후반이 되면서 그는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지우반은 “와인에 비유하고 싶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오래 숙성하는 것처럼 이동국도 나이가 들수록 축구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들이 더 많아지고 있고 몸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우반은 이동국과 유사한 선수로 브라질의 제호베르투를 꼽았다. 제호베르투는 1974년생으로 A매치 84경기에 출전한 특급 미드필더였다. 활동량이 많은 풀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레알마드리드와 레버쿠젠, 바이에른뮌헨 등에서 뛰었다. 이동국보다 다섯살 많은 그는 2017년까지 브라질 파우메이라스에서 은퇴했다. 지우반은 “이동국과 제호베르투 모두 몸 관리에 상당히 신경쓰는 스타일이다.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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