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 이탈리아월드컵 한국-우루과이
90년 이탈리아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우루과이 공격수 루벤소사(오른쪽)가 헤딩슛을 시도하자 GK 최인영이 막으려 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1990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4 미국 월드컵에 골키퍼로 출전해 6경기를 뛰다보니 지금 대표팀에서도 골키퍼 후배들에게 눈길이 간다. 되돌아보면 경험이 없어 고생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해외파도 많지 않나. 골키퍼 중에서도 김승규와 김진현은 해외에서 뛰고 있다. 월드컵 같은 큰 경기에 출전하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고, 적지 않은 경기에서 골키퍼 실수에 의한 골이 나온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한국-러시아전에서 상대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운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가 이근호의 슛을 놓쳐 실점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로 리그는 흥행에 비중을 두다보니 치고 받는 경기가 더 많다. 그러나 월드컵은 성적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모든 팀이 신중한 경기를 하게 돼 있다. 선수비 후역습 비중이 높다. 그러다보면 두 팀 모두 슛이 줄어들면서 갑작스런 슛에 골키퍼 판단 어려워지는 경기가 많다. 이번에 출전하는 골키퍼 3명이 우선 자신감을 갖고 임했으면 한다. 긴장감 높은 무대가 월드컵이어서 판단력이 더 흐려질 수 있다. 그럴수록 자신감을 끌어올리면 기본적인 실수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이 경쟁하는 장이다. 그러다보니 각각 공격수들의 특징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월드컵에 나오는 스트라이커라면 골키퍼와 수비수들을 따끔하게 하는 슛을 다들 갖고 있다.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미첼에게 직접 프리킥 골 내준 것이 생각한다. 당시 우리 선수들은 4발 정도 뒤로 물러선 다음 프리킥을 찼다. 그런데 미첼은 불과 한 발 뒤에 있다가 그대로 킥을 차더라. 난 방어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는데 슛이 들어와 골을 내줬다. 독일 월드컵 한국-독일전 첫 골도 그랬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나를 등지고 있다가 돌아서 때려 득점했는데 예측을 못 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그런 슛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유럽에 직접 가서, 또 텔레비전을 통해서 킬러들의 슛 동작이 계속 흘러나오니까 그런 장면을 미리 보면 도움될 것 같다. 후회 없는 승부를 할 수 있다. 내게는 당연히 미국 월드컵 때 볼리비아전이 아쉽다. 0-0으로 끝났는데 한 골이라도 넣고 이겼다면 16강을 갔을 것이다. 월드컵은 축구 선수라면 로망을 갖고 가는 무대 아닌가. 후배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100%를 다하면 좋은 성적이 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문제는 자기 자신이나 주변에서 100%가 아닌 120%의 플레이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월드컵도 자신과의 싸움이다.

김승규와 김진현, 조현우 등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것으로 마칠까 한다. 사람들은 골키퍼가 방어만 잘 하면 된다고 판단하는데 방어 이후 우리 편에게 좋은 곳으로 빨리 연결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강팀들은 공격 뒤 수비 전환이 빠르다. 결국 골키퍼가 상대 수비 정비 전에 공격을 펼쳐나가면 약팀인 우리 입장에서 득점 기회가 더 생기지 않을까. 우리나라 선수들이 제 실력만 발휘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골키퍼 3명 모두 방어력은 훌륭하다. 다만 각각의 단점이 보완되면 더 완벽해질 것이다. 김진현의 경우는 볼을 잡았다가 놓치는 경우는 있다. 김진현은 볼을 잡을 때와 펀칭할 때를 잘 구별했으면 한다. 김승규는 방어력은 3명 중 가장 좋은데, 공격 전개가 너무 느리지 않나란 생각이다. 강팀을 파괴하기 위해선 골키퍼의 공격 연결이 빨라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또 활동폭을 넓혀 유럽 선수들과 공중볼 다툼 때 펀칭하는 시나리오도 잘 준비했으면 한다. 조현우는 무엇보다 큰 대회 경험이 없으니까 출전하게 된다면 긴장 해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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