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국
1986년 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누빈 한국 수비 레전드 조민국 현 청주대 감독.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나갔을 때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플레이를 못 한 기억이 있다. 당시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밟은 기쁨도 컸지만 그만큼 우리 수비수가 세계 최고 공격수를 상대해본 경험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중압감이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면 4년 뒤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확실히 경기 분위기에 이르게 적응한 것 같다. 운동장이 넓게 보였고 볼 터치서부터 공격으로 돌아서는 동작 하나하나가 부드러워졌음을 몸소 느꼈다. 그게 바로 축구 선수에게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이다.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는 우리 후배들, 그중 수비수들이 어느 때보다 팬들의 비난에 힘들어하고 있다. 수비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남은 기간 신태용 감독이 얼마나 지략을 발휘하고 선수들끼리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고쳐나가느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다. 조언이라기보다 필요한 얘기를 하고 싶다. 우선 수비수 중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선수가 많다. 축구라는 게 생각대로 다 되진 않지만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다. 내가 첫 월드컵 때 떨었던 것을 되돌아봤을 때 우선 공격적인 수비를 해야 한다. 우리 후배들이 이전까지 실수에 의한 실점이 종종 나오고 팬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부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최근 평가전 등을 보면 ‘잘해야 하고,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조심스럽게 수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 매우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온다. 그건 곧 우리 진영으로 물러서게 되고 보이지 않는 실수가 나온다. 좁혀줘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위치를 잘못 잡아서 상대 공격수에게 한 방을 맞는다. 더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상대했으면 좋겠다.

조민국

그리고 김영권처럼 앞서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은 소통에 주력해야 한다. 큰 무대에서 자기 할 것도 바쁜데 동료를 독려하고 챙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경험자가 해야 한다. 요즘 우리 수비를 보면 소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점한 뒤에 얘기하더라. 전술적인 움직임서부터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또 수비가 약한 건 수비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드컵에서는 전방서부터 조직적으로 수비를 펼쳐야 한다. 보스니아와 평가전을 비롯해 우리 수비 측면이 뚫리는 건 윙백, 풀백 자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측면을 커버해주는 다른 포지션 선수와 연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공격의 스피드가 차원이 다른 월드컵에서는 상대 측면만 협력 수비를 제대로 펼쳐도 실점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할 때 우리 태극전사 후배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청주대 감독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