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3101040015874-1
포항 이동국이 지난 2005년 6월1일 부산과 경기에서 전반 간접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뒤 김기동과 포옹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형님 생각이 난다면서 갑자기 전화를 하더라고요.”

K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 이동국은 지난 달 28일 수원과의 홈 경기를 통해 프로통산 500경기 출전의 위업을 이뤘다. 필드플레이어로는 역대 두 번째다. 그리고 바로 또 하나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김기동 현 포항 코치가 갖고 있는 필드플레이어 역대 최다 출전이 바로 그 것이다. 김 코치는 지난 1993년부터 2011년까지 19시즌을 뛰면서 총 510번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국은 오는 4일 울산과 홈 경기를 뛰면 김 코치와 타이를 이룬다. 이어 10일 제주 원정에 출전하면 새 기록을 수립한다. 이동국이 새 역사를 쓰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7살 차이가 나는 둘이 아주 친하다는 점이다. 김 코치는 부천(현 제주)에서 뛰다가 2002시즌을 마치고 포항으로 이적했는데 마침 이동국이 상무 입대를 위해 포항 생활을 정리하던 때였다. 이동국이 2년 뒤 제대하면서 둘은 한솥밥을 먹으며 선·후배의 친분을 쌓아갔다. 31일 본지와 통화한 김 코치는 “동국이가 얼마 전 499경기를 뛰고 나서 밤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며 “‘갑자기 형님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고 하더라. ‘아무 생각 없이 오다보니 500경기가 코 앞이다. 그 땐 몰랐는데 이젠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무척 고마웠다”며 웃었다. 이동국에게 김 코치는 그냥 친한 선배가 아니다. 10여년 전 잉글랜드 생활을 할 때 롤모델 중 하나로 “기동이 형”을 꼽는 등 존경하는 축구 선배라 할 수 있다. 김 코치가 축구인 중에서 골프로는 최고 실력을 갖고 있다보니 이동국과도 쉬는 날 골프로 더 친해졌다.

김기동
포항 미드필더 김기동이 ‘2009 하나은행 FA컵 포항-국민은행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양 | 강영조기자

김 코치는 “사실 501경기를 뛰고 은퇴할 때 이 기록을 김한윤(현 제주 코치)이 깰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동국이는 그 땐 머리 속에 없었지만 지난 6월엔가 보도를 한 번 본 뒤 새 기록 가능성을 알게 됐다. 동국이여서 더 기쁘다”고 했다. 김한윤 코치는 2013년 430경기를 뛰고 은퇴했다. 이동국은 당시 300경기에도 못 미칠 때였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매년 25경기 이상을 소화한 이동국은 한국나이 마흔인 올해에도 K리그로 한정해 31경기 출전, 13골을 터트렸다. 성실함이 없다면 세울 수 없는 경지가 500경기인 탓에 김 코치는 이동국의 지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활동량은 떨어져도 감각이나 골대 앞 움직임은 더욱 여유가 생겼다”며 후배를 칭찬한 김 코치는 “내가 미드필더, 동국이가 공격수라서 잘 안다. 움직임 하나는 최고의 포워드다. 어떤 상황에서 볼이 오는지 알고 뛰는 공격수다. 또 내가 타이밍이 안 맞으면 2~3번 움직여 볼을 받는다”며 이동국에게 항상 따라붙는 ‘게으른 공격수, 안 뛰는 선수’가 편견임을 강조했다.

‘축구에 눈을 뜬 만큼’ 이동국은 자신보다 더 훨훨 날아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증명했으면 하는 게 김 코치의 바람이다. 그는 “다치지만 않는다면 당분간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며 후배를 격려했다. 예상대로 흘러가면 503경기가 되는 오는 25일 포항-전북전에서 이동국과 반갑게 만날 것을 기약했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