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동국이 8일 인천공항 출국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공항 | 정다워기자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10년의 동행이 끝났다. 이동국(40)의 축구 인생이 새로운 전기에 접어들었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전북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낸다. 지난 10년은 최강희 감독과 함께했다. 자신을 믿는 지도자의 지원 아래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이제 전북은 격동의 시기에 들어갔다. 최 감독이 떠나고 조제 모라이스 감독이 부임했다.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전북 뿐만 아니라 이동국도 낯선 지도자에 적응해야 한다.

이동국은 8일 오전 전북의 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 출국을 앞두고 “감독님이 오신 후 봉동의 모든 게 바뀌었다. 훈련 일정, 운동 방식 등이 달라졌다. 지난 10년 동안은 최강희 감독님과 새해를 시작했다. 새 감독님과의 동계훈련이 기대된다. 한 달간 어떤 식으로 팀이 완성될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동국은 모라이스 감독의 인상을 표현하기 위해 ‘디테일’이란 단어를 꺼냈다. 이동국은 “감독님께서 오신 후 개인적으로 면담을 했다. 디테일에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상세하게 말씀해주셨다. 운동 전에도 항상 미팅을 한다. 오늘 어떤 훈련을 하는지, 왜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신다. 선수들도 납득하고 감독님께 맞춰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토] 이동국, 울지 않으려 했는데...
전북 현대 최강희(오른쪽) 감독이 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18 K리그1(클래식)’ 최종전 경남FC와의 경기를 마친 뒤 이동국을 껴안으며 선수단과 고별인사를 하고있다. 2018.12.02. 김도훈기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동국을 비롯한 전북 선수들은 최 감독 스타일에 익숙하다. 하루 아침에 새 사령탑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없다. 이동국도 “나 같은 경우 10년 넘게 똑같은 패턴으로 운동을 했다. 거기에 익숙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감독님께서 오셨다. 당연히 새로운 축구로 덮어야 한다.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라며 모라이스 감독에게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미드필드를 거쳐가는 플레이를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가고시마 훈련은 이 부분을 완성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이동국은 “감독님께서 빌드업을 중요하게 여긴다. 세밀한 플레이로 풀어나가는 것을 원하신다. 일본 훈련에서도 여기에 중점을 두고 훈련한다고 하셨다”라며 “크게 어려운 축구는 아니라고 본다. 기존에 했던 플레이를 발전시키는 개념인 것 같다. 지금까지 여러 감독님을 만났다. 이게 맞다 이게 틀리다는 것은 없다. 감독님이 중점을 두는 플레이를 하면 된다. 크게 혼란스럽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경쟁 체제다. 이동국은 최 감독의 관리와 신뢰 속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았다. 모라이스 감독의 속내는 아직 알 수 없다. 그가 이동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가늠할 수 없다. 이동국은 “마흔 살을 넘어 새로운 전기에 들어가게 됐다. 처음부터 시작한다. 나 역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상황이다. 경기에 나가기 위한 기회를 잡으려면 감독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나도 똑같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라며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동국
2018 K리그 1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전북 이동국이 후반전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8. 10. 20.최승섭기자.

올시즌 전북의 목표는 트레블(세 개 대회 우승)이다. K리그와 FA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모두 정상에 서겠다는 구상이다. 전북은 K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하면서도 아직까지 더블, 혹은 트레블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FA컵 16강, ACL 4강에 머물며 K리그 우승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이동국은 “목표는 크게 두는 게 좋다. 변수는 항상 많다. 그래도 극복해야 한다. 올해에는 감독님 데뷔 시즌이기 때문에 꼭 더블 이상을 하고 싶다. 전북에서 한 번은 꼭 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도 대기록에 도전하는 시즌이다. 이동국은 2009년 이후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전례 없는 대기록이다. 이번에도 성공하면 기록을 11시즌으로 늘릴 수 있다. 이동국은 “나름 큰 기록이라고 본다. 공격수라면 늘 골 욕심을 내야 한다. 올해에도 가능하다면 꼭 이어가고 싶다. 출전 기회를 만들어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5남매의 아버지인 이동국은 다음달 2일까지 집을 비운다. 이동국은 “아들은 괴롭히는 사람이 없어져서 더 좋아할 것 같다”라며 웃은 후“항상 많이 떨어져 있으니까 훈련 간다고 하면 골 많이 넣고 오라고 얘기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축구를 열심히 한 것 같다. 올해에는 새로운 각오로 나서는 만큼 나를 위해 뛰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