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금진
하금진 전 경주한수원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여자축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하금진 전 감독의 성폭력 퇴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축구계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하 전 감독이 한수원 부임 전인 2016년 1월 16세 이하(U-16) 여자대표팀 감독을 역임할 때도 성희롱 문제로 해임된 사실이 추가 밝혀졌다. 특히 하 전 감독의 한수원 부임을 놓고 대한축구협회와 한수원 측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진실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도 생겼다.

하 전 감독은 여자축구 WK리그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작년 9월 돌연 벤치에서 사라졌다. 계약 해지 사유가 선수단 소속 여직원 성추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 전 감독이 한수원에 오기 1년 전 비슷한 문제로 U-16 여자대표팀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일할 때 대한축구협회 모 여직원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거나 연락을 해 성적으로 불쾌한 말을 건넨 것이 확인됐다. 이에 협회는 사실을 확인하고 징계 최고 수위인 해임 조치를 했다. 그러나 하 전 감독은 1년여 뒤인 2017년 3월 신생팀 한수원 여자축구단 감독직에 지원했고, 다른 여성 지도자 후보 두 명을 제치며 지휘봉을 잡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협회는 하 전 감독이 한수원 지휘봉을 잡는 게 유력해졌을 때, 성희롱으로 한 차례 해임된 사실을 알려줬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는 23일 “한수원 채용 담당 실무자가 전임지도자를 관리하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팀에 문의했다”며 “연구팀이 ‘성추행으로 해임됐다’는 점을 알렸다”고 했다. 이어 “W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여자팀인 만큼 여성 지도자가 팀을 맡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한수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하 전 감독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에 협회에서 전화로 U-16 여자대표팀에서 해임된 이유를 전달했다”고 했다. 협회 말이 맞다면 한수원은 채용 과성에서 하 전 감독의 성추행 전력을 알고도 채용을 강행했다는 뜻이 된다.

반면 한수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협회 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한수원은 “당시 직원이 감독 선임 때 대한축구협회에 전화로 문의했던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수원은 HR(인사관리) 전문업체를 통해 2차 합격자 3명에 대한 평판 조회를 축구협회 관련 인사 등에게 했고, 조회 결과 이상이 없어 채용했다”고 반박했다. 협회가 알려줬다면 한수원이 하 전 감독을 쓰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여자축구 성인 레벨인 WK리그의 준우승팀 감독 채용이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축구계에 큰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한편, 하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넘겨져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협회는 23일 한수원 선수들이 전지훈련 중인 제주도로 긴급조사팀을 파견한 데 이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하 전 감독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협회 징계 규정은 성추행 지도자에 대해 ‘자격정지 2년 이상에서 최고 제명’까지 하게 돼 있다. 아울러 하 전 감독이 U-16 여자대표팀 감독 시절 성희롱으로 해임당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2017년 사령탑으로 선임해 2차 피해를 자초한 한수원 구단 징계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의 한수원행과 관련된 정확한 사실 파악이 필요한 이유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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