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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l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김기동 감독이 포항의 희망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포항은 지난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9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거듭된 부진에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낸 포항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시즌 3승 째를 거두며 순위도 8위로 올라섰다. 결과도 결과지만 무엇보다 포항다운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 큰 소득이었다.

수원과의 맞대결은 김 감독 부임 후 맞는 첫 경기였다. 최근 3경기 무득점 7실점에 그친 포항에는 어느 때보다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공격수 데이비드는 8라운드 대구전 퇴장으로, 수비수 블라단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포항 선수들은 경기 시작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김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않았다. 세찬 비를 맞으며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감동적인 축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 “당장의 큰 변화는 쉽지 않다. 더 다듬어야 한다. 예전에 보여줬던 포항의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무리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포항 특유의 공간 침투와 세밀한 패스가 살아났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부주장 김승대는 “많은 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의도했던 경기력이 나왔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만족했던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지점이다. 수원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수빈은 포항 유스 출신으로 올시즌 3경기에 출전했다. 수원의 노련한 중원에 맞서 주눅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수 하성운 역시 후반에 투입돼 첫 도움을 기록했다. 여기에 스페인 바로셀로나 유스팀에서 뛰었던 장결희도 R리그에서 컨디션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다. 김 감독은 “정결희는 처음 왔을 때 운동량이 적었는데 지금은 적응 단계에 들어갔다.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포항은 수원전 승리로 우선 급한 불은 껐다. 어려운 상황에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차분하게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한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경기력이나 선수 기용에 있어서는 변화의 기운이 엿보인다. 선수와 지도자로 포항에서 10년 넘게 몸담은 김 감독은 포항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 감독이 그리는 청사진대로 포항이 예전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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