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정근우, 7회 경기 뒤집는 투런포 쾅
한화 정근우가 7회초 2사1루 좌중월 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기대했던 한 방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한화 정근우(37)가 팀을 위기에서 살린 천금의 한 방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눈길을 끈 것은 경기 후 밝힌 다짐이다. 정근우는 “후배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베테랑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을 위해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근우는 지난달 31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T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1-1 동점을 만든 7회초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 김민의 초구를 걷어 올려 좌월 2점 아치를 그려냈다. 이 홈런이 기폭제가 돼 한화는 7회에만 5점을 뽑아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한 숨 짓게 만들던 모습이 모처럼 ‘마리한화’로 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올해 한화의 부진을 집단 난조에 빠진 젊은 투수들에게만 돌리기 어렵다. 정근우를 포함해 김태균 송광민 등 주축 베테랑들이 투수들이 기댈 언덕을 만들어주지 못한 영향도 컸다. 물론 팀이 대대적인 리빌딩을 천명하고 같은 값이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움직임을 보여 상대적 박탈감을 당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들은 후배들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줄 의무가 있다. 은퇴 등으로 베테랑들이 떠나도 후배들이 이들이 뛰었던 팀 이름을 달고 팬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프로로서의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포토] 한용덕 감독, 역전시킨 정근우와 하이파이브
한화 정근우가 7회초 2사1루 좌중월 홈런을 날린 후 한용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정근우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쉽게 지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부진 이유를 밝혔다. 조급함일 수도 있고, 심리적 위축일 수도 있다. 백전노장이지만 팀 성적이 떨어지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정근우는 “그래도 팬들을 위해서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전구장을 꽉꽉 채우던 팬들의 함성은 잇게 하고 싶다는 열망이 묻어났다.

그래서 자신의 역할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정근우는 “후배들에게는 말 한마디 보다 구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후배들에게 심어주고 싶다는 의미다. 정근우의 이미지는 ‘악바리’였다.

선배는 후배들의 거울이다.선배가 하는 행동을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정근우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후배들이 잘 배울 수 있도록 베테랑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부터 종종 경험한 1루수비도 외야로 나설 때보다는 안정을 찾는 모양새라 비단 공격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팀에 녹아들어 이끌 공간도 생겼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근우의 근성은 독수리군단의 더 나은 미래를 예고하는 듯 하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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