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MBN ‘우아한 가’로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만든 배우 배종옥이 지난 35년 연기 인생사를 되돌아봤다. 또한 후배들에게 진심이 담긴 조언도 전했다.

배종옥은 유독 주체성이 짙은 캐릭터을 만나 주목받아왔다. 이번 ‘우아한 가’ 한제국도 그랬고, 지난 8월 막을 내린 tvN ‘60일, 지정생존자’ 속 여성 정치인들의 롤모델인 야당 대표 윤찬경도 그랬다. KBS2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도 자기주장이 확고한 번역가 김윤경을 맡았고 MBC ‘행복어사전’에서는 당찬 여기자 안민숙을 연기했다.

이에 배종옥은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왔던 것 같다. 일부러 고집한 건 아니다. 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도 출연했는데 이걸 말씀드리면 ‘아 그것도 하셨죠’라고들 반응하신다. 하지만 그냥 저만 놓고 보실 땐 그런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떠올리지 못하시는 것 같다. 꽤 여러 캐릭터에 도전해왔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과거를 회상하며 남성 팬보다 여성 팬이 더 많다고도 전했다. “KBS2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는 말을 속사포같이 내뱉고 불합리한 것들에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를 만났다. 그래서 남자분들은 저를 별로 안 좋아한 반면, 여자분들은 여러 말들로 자신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길 원했다. 여성들에게 ‘남자랑 헤어져도 괜찮아. 네 인생이 더 중요한데 왜 힘들어해’, ‘직장 생활 안해도 돼. 또 다른 길이 있겠지’ 등 이런 메시지들을 은연중에 건넸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현재로 돌아와, 배종옥은 한제국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피력했다. “여자가 그것도 제 나이에, 한제국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캐릭터를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00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캐릭터여서 제가 맡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원래 남자 배우가 하려던 캐릭터였는데, 여자인 제가 들어갔다는 자체만으로도 드라마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든다. 한제국은 결혼을 하지 않고 일에 집중한다. 요즘 실제로 이렇게 일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은가. 이런 주인공을 부각시키면서 이끌어가는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배종옥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드라마 출연작만 해도 60여 편에 달하는 터라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후, 느낀 바들을 토대로 기억에서 몇 작품을 힘겹게 추렸다.

“저를 알린 작품은 1989년 ‘왕룽일가’라는 KBS2 미니시리즈였다. MBC ‘행복어사전’으로는 도시 여성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고 KBS ‘거짓말’로 노희경 작가를 만나 멜로를 연기할 줄 아는 배우로 성장했다. MBC ‘천하일색 박정금’, SBS ‘내 남자의 여자’, 영화는 ‘질투는 나의 힘’도 좋았다. 이제 ‘우아한 가’도 저의 새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배종옥은 연예계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도 전했다. 먼저 최근 모두를 비통하게 한 비보에 대해 조심스레 조언을 건넸다. “다양성을 모르는 우리나라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운을 뗀 후 “저는 후배들에게 댓글을 보지 말라고 하는 편이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걸 알게 되는 그 순간부터 힘들어진다. 만약 안 좋은 반응이 나온다면 스태프들이 이야기를 해 줄 거다. 그래도 봐야겠다면 자유로울 수 있게 마음 공부를 하던지 방법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저도 댓글을 보지 않는 편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연극은 2시간 동안 집중해 캐릭터를 몰고 가야 된다. 한 캐릭터로 자신을 메워가며 관객과 호흡하는 게 큰 공부가 된다. 이 경험을 가진 후 드라마나 영화에 임하면 훨씬 더 편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긴 대사를 소화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후배들이 연기 잘하는 법을 물으면 연극을 하라고 하는데 듣는 후배는 몇 없다. 연극 무대를 경험하지 않고 어떻게 배우가 되려고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배종옥은 데뷔 35년 차에도 연극 ‘진실X거짓’, ‘꽃의 비밀’,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등 꾸준히 연극 무대를 두드리고 있다.

끝으로 배종옥은 여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갈구했다. “앞으로도 변화를 꽤하고 싶다. 반복되는 캐릭터도 마다하지 않을거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다면 더 재미붙여서 하지 않을까 싶다. 뭘 하면 또 새로울까 싶었는데 한제국이 있었다. PD님이든 작가님이든 누군가의 눈에 저의 또 다른 모습이 발견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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