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허경민, 6회 내야안타 후 미소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허경민이 6회말 무사1루 내야안타를 친 후 웃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허경민(30·두산)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허경민은 올시즌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2012시즌 이후 최고 성적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비시즌 코뼈 골절로 스프링캠프 합류가 불발됐고, 시즌 중에도 새끼손가락 미세 골절로 부상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쳤으나 조금의 타격도 없는 모양새다. 7월 타율은 무려 0.508(59타수 30안타)로 두산 타자 중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단연 성적이다. 21일 현재 4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1(176타수 67안타)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전반기 내내 맹타를 휘둘렀던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제치고 팀 내 1위로 올라섰다. OPS(출루율+장타율)도 0.925나 된다. 규정 타석에 6타석이 모자라 아직 리그 타율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으나, 주중 경기를 치르면 경쟁권에 들어서게 된다. 21일 현재 타율 부문 1위인 KT 로하스(0.387)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홈런도 벌써 4개를 때려냈다. 지난해 4홈런을 기록했던 허경민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은 2018년 기록했던 10홈런이다. 최근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기록 경신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21일 잠실 키움전을 앞둔 김태형 감독도 “6번 타자로 뛰고 있는데 타율이 높다. 제 자리에서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투수에 따라 테이블세터나 5번도 가능하다”며 좋은 평가를 내렸다.

FA를 앞둔 선수의 가치는 단순히 타격만으로 산정되는 게 아니다. 허경민이 일찌감치 올시즌 가장 ‘핫한’ 매물로 평가받는 이유는 멀티 자원이라는 데 있다. 주 포지션인 3루수에서는 이미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고, 최근에는 유격수로서의 재능까지 재증명했다. 프로에서는 주로 3루로 뛰었지만, 광주일고 시절 ‘5대 유격수’로 분류됐을 정도로 가능성이 충분했던 자원이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부상 이탈 이후 김 감독이 망설임 없이 허경민을 대체자로 택했던 이유다.

믿음에도 완벽히 보답했다. 지난 1일 키움전에서 1373일 만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허경민은 안정적인 수비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다. 김 감독 역시 “본인은 염려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경민이만큼 유격수 수비를 하는 선수가 없다”고 극찬했다.

앞서 허경민은 “FA를 앞두고 있지만, 개인보다는 팀 성적에 집중하겠다. 그러 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이지만, 허경민이 그려낸 상승 곡선은 그를 ‘특급 FA’의 길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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