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박용택, \'웬만한 댓글은 다 봤는데 부모님 욕은 심했어요...\'
LG 박용택이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LG와 KIA의 경기를 앞두고 1군에 합류한 뒤 ‘은퇴 투어’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나서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피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자청해 특유의 시원한 한 마디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은 흘린 땀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LG 박용택(41)이 슈퍼스타의 품격을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박용택은 1군 복귀를 앞둔 11일 잠실구장에서 자신의 은퇴투어 논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퇴투어는 없다. 박용택은 “공식적으로는 이런 얘기가 오가고 거론이 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혹시 다른 구장에서도 (은퇴투어) 분위기가 조성이 될 수도 있지만 안하는 게 맞다”며 은퇴투어 가능성을 일축했다. 묵묵히 복귀를 준비하다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연은 이렇다. 선수협 이사들은 지난 6월 이사회를 마치고 3년 전 이호준(현 NC코치)처럼 박용택의 마지막 원정길을 의미있게 보내주자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 2017년 이호준은 마지막 원정경기에 맞춰 꽃다발을 받는 약식 은퇴행사를 가졌다. 이 논의는 지난 7일 ‘이승엽의 은퇴투어처럼 박용택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확대 와전됐다. 온라인에서는 반대하는 댓글이 폭주했고 주말 내내 박용택 은퇴투어 시행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 2009년 타격왕을 수상했던 과정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09시즌 롯데 홍성흔과 타격왕 경쟁 중이던 박용택은 롯데와 치른 마지막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다. LG에 맞서 출장한 홍성흔은 LG 투수들로부터 고의4구만 었고, 최종 타율 0.372를 기록한 박용택이 0.371에 머문 홍성흔을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다.

박용택은 이미 2013년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자신의 과오를 돌이켰다. 그는 “기사 댓글을 다 봤다. 댓글대로 당시 나는 졸렬했다. 이 기회에 졸렬의 뜻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 봤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었다. 2009년 당시의 나는 딱 그랬던 것 같다. 그대신 이후로 졸렬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팬분들과 야구관계자분들이 나를 알아주시는 것 같다. 나 또한 잘못을 인정한 후 심리적으로 편해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일으킨 것도 아닌 논란을 결자해지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박용택은 마지막까지 선배로 남는 것을 택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등 후배들이 너그러운 시선 속에 은퇴투어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진심’을 전했다. 그는 “내 은퇴투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머지않은 시기에 은퇴하는 후배 슈퍼스타들은 은퇴투어가 무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제넘는 말일 수 있지만 나를 응원해주시는 팬들도 졸렬하지 않게 아름답게 후배들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슈퍼스타는 많은 것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난다. 엄청난 숫자와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선물한 플레이, 그리고 세상을 바꾼 한 마디가 모여 추억이 되고 리그를 발전시킨다. 약 3개월 후 그라운드를 떠나는 박용택도 그렇다. 지금까지 기록한 2478안타 만큼 굵직한 한 마디로 슈퍼스타의 품격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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