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상 1707-1645, 2017. 믹스드미디어
김강용, 현실+상 1707-1645, 믹스드미디어, 200×200㎝, 2017. 제공|성곡미술관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벽돌 그리는 화가 김강용(70)이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고 있다.

성곡미술관은 ‘한국원로작가 초대전’으로 오는 9월 20일까지 ‘김강용:극사실적 벽돌’전을 개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컬러와 구성의 벽돌그림이 시선을 압도한다. 실제 벽돌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극사실로 묘사한 벽돌그림은 모래를 사용해 질감까지 고스란히 재현했다.

홍익대 서양화와 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김강용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50년 동안 벽돌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벽돌 그림’을 지속해왔다. 작가가 일생을 바쳐 벽돌을 그리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김강용 작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은유한 것”이라면서 모래가 모여 벽돌이 되고 벽돌이 건물이 되듯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사회와 국가를 구성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결국 모래 한 알, 벽돌 한 장은 곧 우리 사회 구성원을 의미한다. 그림마다 벽돌의 색깔이 다른 것도, 쌓여있는 방식이나 모양이 다른 것도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

현실+상 805-899, 2008, 믹스드미디어,
김강용, 현실+상 805-899, 믹스드미디어, 130×162㎝, 2008. 제공|성곡미술관

2000년대 이후 작업은 극사실을 떠나 추상작업에 가까와진 분위기다. 벽돌은 벽돌이지만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 등에서 추상적인 형상이다. 김강용 작가는 “과거에는 벽돌을 그렸는데 이제는 벽돌을 그리지 않고 그림자를 그린다. 캔버스에 모래를 바르고 그림자를 그리면 벽돌처럼 보인다”고 말해 벽돌그림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려준다.

작가의 작업 과정은 마치 수도사의 그것과 닮아있다. 전국에서 모래를 채집하는 것이 시작이다. 동해안, 서해안 등 장소마다 모래의 색깔과 입자 등이 다르다. 모래에 색을 입히기 위해서는 돌을 갈아 섞는다. 재료가 준비되면 캔버스에 붙이고 구성에 따라 그림자를 그려넣는 방식으로 벽돌그림을 완성한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만 모든 과정에 정성을 다한다. 벽돌 하나하나를 그리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으면서.

eggroll@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