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3회 선취점 뽑는 김현수
2020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지난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김현수가 3회말 2사2루 1타점 우중간 안타를 친 후 김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단순히 야구만 잘 해서는 ‘슈퍼스타’가 될 수 없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것은 물론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까지 일으키는 선수를 두고 우리는 ‘슈퍼스타’라고 부른다. 역대 최고 클러치히터로 올라서고 있는 LG 캡틴 김현수(32)는 ‘슈퍼스타’라는 네 글자와 가장 어울린다.

만화 혹은 소설 속 야구 주인공 같다.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였던 득점권 타율 5할대(23일까지 0.514)를 유지하며 시즌 내내 타점을 쌓는다. ‘타격 머신’이라는 별명답게 찬스에서 더 침착하고 가볍게 상대 투수를 공략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김현수는 지난 23일 잠실 SK전에서 3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한 후 5할대 득점권 타율에 대해 “나도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그동안 경기를 많이 나간 게 도움이 됐다고 본다. 국제무대도 경험하면서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는 힘을 잘 빼는 쪽이 이긴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 그게 좀 잘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야구의 진리를 설명했다.

김현수의 관심은 기록보다는 ‘야구 경기’ 자체다. 경기 출장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위에 누구보다 철저히 컨디션 관리에 임한다. 그러면서 그는 풀타임 첫 해였던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00경기 이상을 출장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2년을 제외하면 늘 국제대회에 참가해 대표팀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김현수의 진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팀내 최고 선수로서 동료들의 기량도 향상시키는 이른바 시너지 효과도 일으킨다. 투수 관점에서 야구를 보는 눈도 갖췄다. 신예 필승조 정우영은 김현수의 조언을 통해 시즌 전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수형이 ‘너는 이강철 감독님 스타일이 아니라 임창용 선배님 스타일이다. 부드러움보다는 강하게 공을 때리면서 타자를 압도하는 게 어울린다’고 했다. 이후 내 장점을 살리는 데에 집중했고 이전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은 지난겨울 커브 장착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커브가 자신의 투구 밸런스를 흔들고 말았다. 김현수의 말대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파워피칭을 유지했고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포토]시즌 13호 홈런 유강남, 김현수와 세리머니
LG 유강남이 지난달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두산의 경기 8회말 무사 두산 투수 이형범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친 뒤 덕아웃에서 김현수와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유강남의 시즌 13호 홈런.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올해 첫 1군 무대를 경험하는 이상규도 김현수의 ‘꿀팁’이 큰 도움이 됐다. 이상규는 지난 5월말 “프로 입단 후 첫 1군 원정경기에 임하는데 현수형이 마운드부터 올라가라고 했다.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경기 전 훈련 때 마운드에 올라보니 잠실과는 마운드가 많이 달랐다. 특히 대전 마운드는 굉장히 낯설었다. 흙의 질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며 “모르고 바로 등판했으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현수형 덕분에 미리 밟아보고 등판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3년째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외국인투수 타일러 윌슨은 김현수에 대해 “환상적인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김현수는 “주장이 되면서 성격이 더 안 좋아졌다.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더 많이 한다”면서 “물론 당근도 많이 준다. 매만 주지는 않는다. 후배들이 혼나기도 하지만 받는 것도 많으니까 내 말을 듣는 게 아닌가 싶다”고 미소지었다.

김현수인터뷰
LG 주장 김현수가 지난 23일 잠실 SK전 맹활약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잠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개인 목표는 없다. 타점 부문 공동선두지만 타점에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는다.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김현수는 5년전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에 대해 “뭐라고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그냥 마냥 좋아서 하루 종일 웃음만 나왔다”고 회상했다.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운이 많이 따르는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이 운이 우리 팀 전체에 더 크게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마지막 승부처에서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넣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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