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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국.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33살에 MVP를 받았다. 후배들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9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는 정조국(36)의 은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조국은 올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 인사를 했다. K리그에서만 17시즌동안 K리그 통산 392경기 출장, 121골29도움을 남겼다. 마지막을 고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K리그에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부재하다. 올시즌에도 K리그1 득점 순위를 보면, 1~5위까지 모두 외국인 선수다. 한교원(전북 현대·11골)과 송민규(포항 스틸러스·10골)가 유이하게 10위 안에 포함됐지만, 둘 역시 정통 스트라이커보다는 측면 자원이다. 정조국은 “저도 처음에는 기회와 시간만 주면 나도 외국인 선수들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돌이켜보면 그때 외국인 선수와 경쟁하면서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 감사한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없었으면 저의 성장도 근성도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스트라이커가 매번 문제라고 말씀하신다. 저 역시 반성하게 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감히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른 선수를 닮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또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될 수 없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으면 한다.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년은 정조국의 축구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해였다. 데뷔 시절부터 몸담았던 FC서울을 떠나 광주FC로 이적을 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기일 감독과 합심한 그는 2016년, 광주에서 20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그해 베스트11과 MVP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정조국은 “결과를 알고 있는 지금 선택을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다. 서울을 떠나느나, 남느냐 하는 결정을 해야 했다”라면서도 “저한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아들이 ‘아빠는 왜 경기에 안 뛰어?’라는 한 마디에 도전을 택해야 했다. 모든 업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내 축구 인생을 걸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들 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곤 한다. (후배들은) 쫓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게 어려운 것도 안다. 후배들에게 ‘나는 33살에 MVP 탔다’고 말하곤 한다. 편안하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는 올 거라 생각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생각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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