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스포츠서울 안은재기자]코미디언들의 각자 도생의 시대가 시작됐다. 팀워크보다는 개인의 방송 역량이 중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배우자와 콤비를 이루는 새로운 모습도 생겨났다.

이제 국내 방송에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는다. KBS ‘개그콘서트’와 JTBC ‘장르만 코미디’가 종영하면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역사가 됐다. 한때 코미디 프로그램이 전성기였던 시절도 있었다. ‘개그콘서트’는 2003년 8월 200회 특집에서 역대 예능 최고 시청률 35.3%(닐슨코리아 제공)을 기록했고 MBC ‘개그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지상파 3사가 공개 코미디 각축전을 벌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으로 남을 뿐. 국민MC 유재석은 지난 해 ‘2020 MBC 연예대상’ 수상소감에서 “MBC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진지 8년 정도 됐다”면서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방송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여야할 일이지만, 후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조그만 무대가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유재석을 비롯한 모든 코미디언의 간절한 바램에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1월 신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을 대거 런칭한 MBC 측은 “아직 코미디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일축했고 지난해 ‘장르만 코미디’를 편성했던 JTBC 측도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무대를 잃은 코미디언들은 직접 무대를 찾아 유튜브로 향했다. 홍윤화 김민기의 ‘꽁냥꽁냥’, 김준호 김종민의 ‘킹덤’ , 오나미의 ‘나미 데이’ , 김민경의 ‘민경장군’ , 김대희의 ‘꼰대희’ 등 대부분의 코미디언들이 다수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코미디언의) 인지도가 없으면 방송 출연이 더 어렵다”면서 “기업이나 지자체들이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코미디언들도 방송보다는 유튜브 영상에 많이 출연하게 됐다. 인지도가 낮은 코미디언들은 출연료가 낮아도 유튜브에 출연하고 인지도가 높을 경우 개인 채널을 운영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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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코미디 시절 코미디언들은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반복하고 새 코너를 짜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장에서 코미디언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팀워크가 아닌 개인의 방송 역량이 됐다. 짜여진 콩트보다는 자연스러운 생활을 엿보는 관찰 예능이 흥행한 탓에 이제는 그들도 각종 예능에서 방송인으로 녹아든 모습이다. 또 개그 코너 팀원이 아닌 배우자와 콤비로 티키타카하는 모습이 안방극장에서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현희 제이쓴 부부는 함께 유튜브 채널 ‘홍쓴TV’를 운영하고 TV조선 ‘아내의 맛’ 등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면서 부부 콤비로 활약 중이다. 박성광 이솔이 부부도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 박휘순 천예지 부부는 ‘아내의 맛’ 등에서 달달한 신혼부부의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앞으로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 여부는 불투명하다. ‘코미디를 위한 무대’를 꿈꾸면서 변화한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있는 코미디언들에게 응원의 박수가 필요한 때다.

안은재기자 eunjae@sportsseoul.com

사진|MBC·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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