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성실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 가능했다.”

미국 아카데미에 나란히 노미네이트 된 두 배우 윤여정과 스티븐 연을 향해 연신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최초의 기록을 작성하는 두 사람은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들의 꾸준한 행보를 모르지 않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도 축하와 격려의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한양대 국문과 1학년이던 1966년 TBC TV탤런트 공채에 합격하며 연기에 입문한 윤여정은 1971년 영화 ‘화녀’(김기영 감독)으로 스크린 데뷔하며 각종 연기상을 휩쓸었다. 이후 은막 생활을 접고 조영남과 결혼하며 미국으로 떠났던 윤여정은 이혼 후 한국에 돌아와 다작의 길을 걸었다. 특히 MBC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SBS ‘댁의 남편은 어떠신가요’, ‘작별’, KBS2 ‘목욕탕집 남자들’, ‘거짓말’, ‘꼭지’, ‘그들이 사는 세상’, ‘넝쿨째 굴러온 당신’, tvN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수많은 히트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가 스스로 언급했듯 “닥치는대로” 다작한 이유는 두 아들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는 “배우는 돈이 급할 때 제일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임상수 감독과 홍상수 감독을 만나면서 은막의 스타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영화 ‘바람난 가족’으로 인연을 맺은 임 감독의 ‘하녀’로 2010년 각종 영화제에서 조연상을 싹쓸이했다. 그해 ‘하녀’가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와 함께 동시에 칸영화제에 초청되며 칸에 입성한 윤여정은 2년 뒤에 또 다시 임 감독의 ‘돈의 맛’과 홍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로 두번째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제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됐다. 2015년 넷플릭스 ‘센스8’에 출연해 영어대사를 구사한 그는 차기작인 애플TV의 ‘파칭코’이다. ‘파칭코’는 재일교포의 고된 삶을 다루는 이야기로,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진행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스티븐연 미나리

스티븐 연은 5살에 캐나다 이민 후 미국으로 다시 이주한 재미교포 배우로서 오랜 무명 생활 끝에 2010년부터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졌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출연한 데 이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 출연하면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이제 눈에 익은 배우가 됐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활동으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다음달에는 액션 영화 ‘메이햄’으로도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파칭코’ 촬영으로 캐나다에서 귀국한 윤여정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후보 지명)면 충분하고 나는 이미 승자가 된 기분”이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말하면서 “샴페인 한잔 해야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도 “축복받았다”며 감격스러운 소감과 함께 “제 역할을 최대한 잘 해내려고 노력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후크엔터테인먼트·㈜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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