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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아카데미 사상 최초로 한국 배우 수상자가 탄생했다. 해를 거듭하며 전세계를 홀리는 K무비가 진정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유니온스테이션 등지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것은 아카데미 93년 역사상 최초이고, 아시아계 배우로는 63년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4관왕에 오른데 이어 2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K무비의 저력이 입증됐다. 지난 2019년 한국영화사가 100년을 채운 이듬해부터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이 차례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쾌거로 영화팬들은 물론 대한민국에 큰 기쁨을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하며 달라진 세상은 여전히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날 수상의 감격은 더욱 배가됐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 팬데믹 종식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국내외 할 것 없이 경제도 회복세라고는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은 아니다. 더욱더 희망을 갈망하게 되는 일상이기에 전미 비평가위원회로부터 미국 배우조합상, 영국 아카데미상 등에 이르기까지 잇따른 윤여정의 수상 소식은 국내 모두에게 큰 위로와 감동이 되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을 토대로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인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 배급사인 A24를 통해 내놓아 미국 영화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윤여정, 한예리 등 국내 배우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K무비에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렇기에 윤여정을 비롯해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 배우 스티브 연, 한예리, 앨런 김,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등 영화로 함께 호흡한 이들이 전세계 유수의 영화제 중에서도 그 정점에 선 오스카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레드카펫을 밟는 모습만으로도 축하와 박수를 갈채가 이어졌다.

게다가 비록 음악상과 감독상은 불발되며 아쉬움이 남았지만 윤여정은 끝끝내 조연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대한민국 영화사를 다시 쓰게 했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감독상,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며 K무비의 위상을 드높였다면 반백년이라는 세월동안 다양한 영화에 나서며 활약한 윤여정은 한국배우로는 처음으로 오스카상을 품에 안으며 K무비스타의 저력을 보여줬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딸을 챙기러 온 엄마이자 손주와 한방을 쓰게 된 할머니 순자 역을 그렸는데, 딱 우리네 할머니 같으면서도 전형적인 할머니에만 머물지도 않는 남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는 이미 잘 알려진 윤여정 특유의 매력인데, 해외에서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비로서 조명된 것이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이제 윤여정이 자신의 매력을 전세계 영화인과 영화팬들 앞에서 ‘K여배우’ 혹은 ‘K할머니’로 확장하며 매료하고 있다.

또한, 영화 안에서는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가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순자의 마음을 담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영화 밖에서는 74세라는 나이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오스카상으로 배우 인생에 정점을 찍는 모습 그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큰 희망을 주게 됐다. 영화 안팎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윤여정은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윤여정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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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왼쪽)과 브래드 피트. LA| AFP연합뉴스

이날 윤여정은 특유의 재치와 위트 있는 수상소감으로 또 한 번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드디어 (영화의 제작사를 설립한)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며 농담으로 말문을 연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는데,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며 웃음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거듭 확인시켰다.

이처럼 윤여정 파워로 새롭게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된 K무비다. 또한,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올해도 희망의 빛을 확인하며 더 높은 도약을 기대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영화계를 비롯한 연예계에 희망찬 활력을 불어넣어줄 전망이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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