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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연기에) ‘오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마치 오지선다 풀 때처럼 아닌 것은 지우고 시작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진중함이 돋보였다. 매 질문마다 숙고하며 신중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50:1의 경쟁률을 뚫고 대배우 최민식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김동휘(26)는 오디션 당시 소속사도 없었던 무명의 배우였다.

그는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한지우 역으로 최민식과 함께 공동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이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 분)를 만나며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이야기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무명의 신인이 뽑힐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동휘는 “오디션 처음에 붙은 날 감독님과 대면했을 때 감독님한테 ‘왜 저를...’이라고 여쭤봤는데 ‘지우랑 가장 잘 어울려서요’ 라고 말씀해주신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시나리오를 받지 않은 상태였으나 대본을 받고 나서 촬영에 들어간 후엔 자신이 지우와 닮은 구석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소속사 없이 겁도 없이 오디션에 도전한 그다. 김동휘는 “(최종 오디션에서)최민식 선배님이 안에 계시니까 이분께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합격 당시)실감이 안 났다. 주변 사람한테 전화하는데 말하면서도 의구심이 있었다. 첫 촬영하면서 이런 영화를 찍고 있구나 실감이 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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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된 이후 박동훈 감독과 일주일에 2~3번 만나 대본을 끊임없이 분석했다. “감독님과 대본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지우가 생각하는 이학성이란 어떤 인물인지 등등.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캐릭터 분석을 계속 해나갔다.”

또한 20대 중반의 나이로 십대 역할을 해야 해서 모교인 고등학교를 찾아가 그 앞을 기웃거렸다. “일단 지우가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앞에 가서 기웃기웃거리면서 하교하는 고등학생들을 많이 관찰했다. 여드름과 메이크업하지 않은 부분들 같은 외적인 모습은 모두 분장팀과 같이 노력했다.” 그는 “십대를 표현하는 것을 봤을 때 그 친구들이 ‘그건 아니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더 치열하게 노력한 까닭을 전했다.

이런 사전 노력 끝에 촬영에 들어가 최민식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당시 그에게 최민식은 너무 큰 존재였다. “현장에서 최민식 선배님은 호랑이 같았다. 포효하는 느낌의 호랑이. 무서운 느낌은 아니었고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안 하고 계실 때는 주변인들에게 먼저 다가와주셨다. 둘 사이에 에피소드라기보다는 매 순간이 에피소드였다. 믿기지 않은 일이니까 한번이라도 더 선배님과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동휘에겐 오는 9일 개봉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큰 스크린으로 자신의 연기를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김동휘는 “내 연기를 보니까 아쉬운 점이 많다.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나 당시 정말 최선을 다했고 치열하게 했다. 매일 매일 대본을 보고 극한에 극한까지가서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조금이나마 누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현된 것 같아 뿌듯했다”며 “배우로서 그런 큰 스크린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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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배우로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먼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이 일은 혼자하는 게 아니지 않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생각했다. 늘 삶 자체를 연기에 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연출, 연기에 집중하면서 봤다.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봤다. 고정관념 없이 항상 열어두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김동휘 만의 연기 가치관도 확고하다. 그는 “인물을 잘 표현하려면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인물을 잘 알려면 스스로가 아는 것도 많고 잘 준비되어야 하는 것 같다”며 “연기에 대해서 나 만의 가치관이 있다면 오답은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마치 오지선다 풀 때처럼 아닌 것은 지우고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 만족했던 연기 장면에 대해선 “내 연기가 맘에 들었던 장면이라기보단 영화 후반부, 담임 선생님(박병은 분)이 내게 수고했다 하는 장면에서 내가 인사하고 고개를 들 때 표정이 있는데 현장에서 콘티에 없었던 장면이다. 그런데 촬영 감독님이 그 표정이 좋다고 화면에 담아주셨다. 그런 순간들이 좋아서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지는 이유인 것 같다”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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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예쁜 카페에 가서 책읽는 걸 좋아한다”며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김동휘. 그런 그에게 롤모델은 나이대 별로 있다. 김동휘는 “한 분을 꼽을 수 없다. 30대는 박정민, 40대는 조승우, 50대는 이병헌, 60대는 당연하게도 최민식 선배님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극 중 최민식의 대사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문제 어렵구나. 내일 다시 풀어야지’ 하는 게 수학적 용기”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진중하면서도 진솔한 배우 김동휘가 써내려갈 필모그래피가 기대된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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