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손흥민 위로하는 벤투 감독
벤투 감독이 28일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 경기 후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내가 더 잘하고, 잘 이끌어야 했는데 마음이 아프다.”

축구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데뷔 초기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뛴 주요 메이저대회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가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누비며 세계 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난 데엔 남다른 훈련법과 땀방울 뿐 아니라 강한 승리욕이 한몫했다. 어느 상황에도 부족한 점을 곱씹고 스스로 자책하는 건 ‘톱클래스 손흥민’을 만든 선결 조건이다.

지난 28일 끝난 가나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2-3 패)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너무나 부족했다며 아쉬운 패배에 울컥했다. 다만 이전보다 서글픈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 참가는 기적과 다름이 없다. 대회 3주를 남겨두고 경기 중 안와골절상을 입은 그는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의 심각성을 차치하고 골절상은 최소 6주 이상 회복기를 두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1% 가능성만 있다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월드컵 출격을 선언했다. 예고한 대로 안면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카타르 도하에 입성, 지난 2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포토] 손흥민 \'파울이야\'

하지만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지난 24일 우루과이전은 손흥민이 부상 이후 3주 만에 치르는 실전 경기였다. 그것도 마스크를 쓰고 처음으로 뛰었는데, 경기 중 불편한 듯 손으로 만지거나 상대 강한 견제에 신경 쓰는 동작이 여러 차례 나왔다. 손흥민은 두말할 것 없이 상대 경계 1순위다. 몸이 정상이어도 수비수와 싸움을 피할 수 없는데, 마스크를 쓰고 부상 부위를 다스리며 맞서는 건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가나와 2차전에서는 한결 마스크에 적응한 듯 몸이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공간 침투나 연계 플레이, 슛까지 과정을 보면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실전 경기를 단기간에 갑자기 소화한 탓에 숨이 완벽하게 트이지 않아 그만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만의 예리한 패스와 슛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통산 3골을 기록 중인 그는 이번 대회 아직 유효 슛이 없다.

그렇다고 손흥민을 나무랄 수 없다. 월드컵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그는 투혼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대표팀에 손흥민이 ‘있고 없고’ 차이는 매우 크다. 그가 그라운드에 있는 것만으로 상대에 커다란 위협을 준다. 또 팀 내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한다. 그럼에도 일부 누리꾼은 가나전 직후 손흥민의 SNS에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비난 댓글을 서슴지 않고 있다.

[포토] 아쉬워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지난 시즌 아시아인 최초로 EPL 득점왕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 역시 전성기 커리어에 맞이한 세 번째 월드컵에서 조국을 16강으로 이끌고 싶은 열망이 크다. 그러나 부상 불운으로 마음처럼 경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가장 속이 상하는 건 손흥민이다.

한국은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반드시 이겨야만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다. 손흥민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그가 없는 ‘벤투호’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럴 땐 비난보다 격려가 필요할 때다. 또 어쩌면 ‘전성기 손흥민’이 누비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팀원에게 더는 바랄 게 없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외친 그의 간절함이 포르투갈전 기적의 시나리오로 맞닿을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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