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훈련하는 황희찬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30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밸런스 훈련을 하고 있다. 2022. 11. 30.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말 그대로 악전고투였다.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14일 카타르 도하에 입국해 2022 카타르월드컵을 준비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적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바로 부상이었다.

훈련 초반에는 김진수와 황희찬, 윤종규 등이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16일 입국한 손흥민도 처음 며칠은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다.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가장 큰 관심을 끈 선수는 황희찬이었다. 햄스트링 문제를 안고 있던 황희찬은 최종엔트리 진입까지 의심받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1~2차전에 모두 결장했다. 종아리 쪽에 부상을 안고 있는 김민재는 1차전 후 훈련을 하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지만 아픔을 참고 2차전까지 뛰었다.

그 밖에도 많은 선수들이 작은 부상을 안은 채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개최 시기로 인해 어느 때보다 부상자가 많았다. 유럽파의 경우 빡빡한 리그와 클럽대항전을 치르다 와 몸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K리거들의 경우 월드컵으로 인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 에너지가 소진된 모습이었다. 여러 이유로 인해 100% 컨디션을 갖춘 선수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모든 선수가 함께 모여 열외 없이 훈련한 때가 손에 꼽을 만큼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취재진은 훈련장에 갈 때마다 주요 선수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데 집중했다. 전술 훈련은 사실상 비공개였기 때문에 선수들의 출전 여부를 확인하는 게 주업무였다.

지난 3주간 벤투호가 이어온 부상과의 싸움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내용이나 결과와 관계없이 대표팀과 선수들의 태극마크를 향한 열정과 진심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16강에 진출할 수도, 혹은 조별리그에서 대회를 마감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노력을 절대 부정할 수는 없다.

[포토] 이강인과 훈련하는 손흥민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이강인과 밸런스 훈련을 하고 있다. 2022. 11. 30.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옆에서 지켜본 태극전사들은 치열하고 간절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경기에 나설 채비를 했다. 경기에 나서면 아픔을 잊은 듯 몸을 던졌다. 마스크를 낀 손흥민은 위험함을 감수하고 헤더까지 시도했다.

1~2차전에서 거둔 1무1패라는 성적에는 실망감도 남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뛰어난 경기 내용, 무엇보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철저한 약자였던 우리가 상대에게 정면대응해 물러서지 않는 축구를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부상이라는 악재로 모든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들과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간 준비한 ‘우리의 축구’가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모든 팀이 비슷한 여건이겠지만 100% 벤투호를 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벤투호는 어쩌면 긴 여정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16강 진출의 운명을 결정할 포르투갈전이다. 이 경기를 앞두고도 부상자 회복 및 출전 가능성이 최대 화두다. 이번에도 김민재는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나마 황희찬이 훈련에 복귀해 스프린트를 하거나 강한 슛까지 구사하지만 여전히 출전 여부는 미지수다.

16강에 가면 선수들은 더 고생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포르투갈전이 끝나면 우리에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 국민이 이 축제를 더 즐길 수 있도록 이겨야 할 것 같다. 정말 후회 없이 준비하고 경기를 즐기겠다”라고 한 이재성의 말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부상에 지지 않고 땀 흘린 선수들의 노력이 성적으로 보상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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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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