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김민규기자]“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처럼 완벽한 승리의 배경에는 아쉬움을 삼켰던 패배가 뒷받침됐다. 패배를 양분삼아 한층 더 성장했다. 선수들을 믿기에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다. 젠지의 사령탑 ‘스코어’ 고동빈(31) 감독의 자신감이다.

젠지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코퍼 박스 아레나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023’ 브래킷스테이지 패자전 2라운드 C9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했다. 대한민국 1번 시드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낸 젠지는 1세트를 27분 만에 끝냈고, 2세트는 25분, 마지막 3세트는 26분이 채 안 걸려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젠지는 오는 19일 패자전 3라운드에서 중국 BLG와 맞붙는다. 젠지가 BLG마저 집으로 돌려보내며 결승 진출의 최종 관문에 닿을 수 있을까.

고 감독은 “우리가 처음 MSI 준비했을 때보다 지금이 경기력도 많이 올라왔고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우리의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경기력 향상의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브래킷스테이지 승자전 1라운드에서 T1전 패배가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팀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한 계기가 됐다는 것.

고 감독은 “T1은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팀이다. 지난 경기를 치르고 나서 우리가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앞으로 고쳐야 할 것과 배워야 하는 부분들을 많이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어서 좋은 영양제가 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선수들의 경기력도 더 올라왔지만 메타적인 해석도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제 젠지의 시선은 결승진출을 위한 두 번째 관문에서 마주한 BLG다. BLG는 이번 MSI가 첫 국제대회 데뷔전인 만큼 데이터가 많지 않다. 그러나 MSI에서 충분한 연습경기를 가졌고 자신감도 충분하다.

고 감독은 “BLG 같은 경우는 우리가 지난 스프링 플레이오프와 이번 MSI에 와서 연습경기를 많이 해봤다. 한국의 강팀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연습경기를 하면서 BLG의 특성을 많이 알게 됐다. 우리가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승리를 향한 결의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도, 감독으로서도 우승에 대한 욕심은 감출 수 없다. 팀도 첫 MSI 무대를 밟았지만 사실 고 감독도 처음이다. 선수시절에도 늘 가고 싶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는 “내가 선수 때도 MSI는 정말 오고 싶었던 대회였다. 이번에 처음 와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재밌고 (우승)욕심도 많이 나는 상황이다. 욕심을 살려서 우승컵을 들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T1과 중국 징동 게이밍(JDG)의 대결 승자는 T1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젠지가 결승에 올랐을 때 T1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 T1이 경기 운영에서 JDG를 한 끗 차로 앞선다는 이유다.

고 감독은 “두 팀 모두 라인전도 잘하고 한타 집중력도 좋지만 T1이 라인 운영에서 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전 실력은 비슷할 것 같은데 라인 전에서 T1이 근소한 차이로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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