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울산 현대 미드필더 박용우(30)는 자기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모습이었다.

박용우는 2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0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4분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박용우의 골로 울산은 고전하던 분위기를 180도 바꿨고, 승점 3을 획득하며 50점 고지에 가장 먼저 올랐다. 울산의 독주 체제를 굳히는 골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이었지만 박용우는 웃지 못했다. 득점 후에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울산 원정 팬 앞으로 다가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경기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박용우는 조심스러운 말투와 태도로 어렵게 기자회견을 이어 나갔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에 다소 떨리는 음성은 현재 박용우의 상태를 대변했다.

박용우는 최근 축구계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동료인 이규성, 정승현, 이명재 등과 함께 SNS상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그것도 전북 현대에서 아시아 쿼터로 뛰었던 태국 출신의 사살락을 직접 언급하는 그릇된 행동을 했다. 의심의 여지 없는 인종차별 행위였다. 결국 박용우는 동료들과 함께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한 경기 출전 정지에 15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박용우를 A매치에 출전시켰다. 여기에 연맹의 경징계 속 논란 초기 엄벌을 예고했던 울산이 별다른 움직임 없이 넘어가면서 사건의 당사자들을 향한 여론은 악화했다. 이날 광주 홈 팬도 박용우가 공을 잡을 때마다 격하게 야유했다. 경기 도중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사건의 무거움은 당사자인 박용우가 가장 잘 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반성’이라는 단어를 계속 꺼냈다. 박용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말 반성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심각성을 더 알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했다”라며 “동료들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했다. 잘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행동과 말을 조심하자고 했다”라는 말로 자기 행동을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도 “아무래도 제 축구 인생에서 계속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할 만큼 이번 사건이 얼마나 큰 파장을 남겼는지 잘 아는 모습이었다. 일종의 업보가 생겼지만 이 역시 본인이 감수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면서도 박용우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며 자신이 만든 상황에 버거워했다. “골이 들어간 후 많이 복잡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팀이 좋은 시기에 피해를 끼친 것 같아 죄송했다.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쁘기도 하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라며 득점에도 웃을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 박용우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 그는 “경기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도, 운동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바르게 생활하겠다”라며 더 나은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마디, 한마디 버겁게 내뱉으며 진땀을 흘린 그는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인 후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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