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부상이 아니었다면 지금 1루수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다시 시작이다. 세 차례 부상으로 흔들렸지만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LG 외야수 이재원(24)이 21일부터 2군에서 훈련과 실전에 임한다. 올스타 브레이크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까지 1군 동료들과 잠실구장에서 훈련했고 앞으로 약 열흘 동안 이천에서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친다.

LG 염경엽 감독은 “재원이는 타격 감각을 올리기 위해 열흘 정도 2군에 있는다. 2군 경기에서는 테이블세터를 볼 것이다. 타순을 1, 2번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장 많이 타석을 소화하게 할 것”이라며 “열흘 후 돌아올 때는 이전처럼 1군 외야수들을 로테이션시킬 생각이다. 덥고 지치기 쉬운 날씨에 후반기를 시작하는 만큼 외야수들이 재원이와 함께 로테이션을 돌면 체력 안배도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처음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염 감독은 이재원이 두 번째 부상에서 돌아온 지난 5월에도 이재원과 주전 외야수들을 로테이션시켰다. 이재원이 좌익수로 출장하면 홍창기, 박해민, 문성주 중 한 명이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때로는 이재원이 1루수도 보면서 오스틴 딘의 체력 안배도 유도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강한 인상도 남겼다. 5월 한 달 동안 이재원은 4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270 3홈런 10타점 OPS 0.925로 활약했다. 삼진 12개를 당하면서도 4사구 7개를 기록해 출루율 0.357을 마크했다.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스프링캠프까지 부지런히 훈련한 좋은 스윙 궤적, 그리고 타석에서 침착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하필이면 홈런을 친 후 다쳤다. 5월 24일 문학 SSG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수비 과정에서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다. 멀리 떨어진 타구를 쫓다가 이상 신호가 왔고 교체된 후 다음 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범경기 기간이었던 3월에도 그랬다. 옆구리 통증으로 캠프 막바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이재원은 3월말에 올해 첫 실전을 소화했다. 3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 홈런 하나 포함 2타수 2안타로 펄펄 날았다. 그런데 다음날 경기에 앞서 옆구리 부상이 재발해 이탈했다. 3월과 5월 모두 홈런을 친 후 부상을 당했고 이후 좋았던 타격감을 되찾지 못했다.

이재원은 흔들렸지만 다른 선수들은 상승곡선을 이어갔다. 홍창기와 문성주는 전반기 리그 최고 테이블세터로 활약했다. 신민재도 2루수로 도약하면서 LG는 8번 박해민, 9번 신민재, 1번 홍창기, 2번 문성주로 하위 타선부터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연결고리를 완성했다. 1루수는 외국인타자 잔혹사를 끊은 오스틴 딘의 자리가 됐다. LG 타선은 전반기 팀타율(0.285)과 팀출루율(0.373). 그리고 팀OPS(0.767)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재원이 들어갈 공간이 마땅치 않은 상황. 그래도 염 감독은 이재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부상이 아니었다면 지금 1루수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며 세 차례 부상으로 이탈했던 이재원을 향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이재원이 야수진 뎁스를 구축하는 데 키가 된다고 봤다. 지난 몇 년 동안 반복되온 시즌 막바지 타격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체력 안배를 통한 컨디션 저하 방지, 부상 방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이끄는 선수가 이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원이 1군으로 돌아오는 시점은 8월초다. 8월 5일부터 토요일, 일요일 경기 우천 취소 시 월요일에 경기를 진행한다. 월요일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시점에서 이재원이 5월 모습을 되찾은 채 돌아오면 더할 나위 없는 지원군이 된다. 이재원이 외야는 물론 이따금 1루도 소화하며 막강 타선이 완주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넣은 염 감독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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