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청천벽력이라는 말이 딱 맞다. 갑작스럽게 이정후(25·키움)가 다쳤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도 비상이다. 외야수가 부족하다. 대체 자원을 찾아야 한다. 이게 또 계산이 복잡하다. 구창모(26·NC) 변수가 있는 탓이다.

키움은 24일 이정후의 부상 소식을 알렸다.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말 수비 도중 왼쪽 발목에 통증을 느꼈다. 더그아웃에 사인을 보냈고, 트레이너가 나와 잠시 상태를 살핀 후 그대로 교체됐다.

책임감이 강한 선수다. 웬만해서는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홍원기 감독이 먼저 말릴 정도다. 그래서 이정후의 부상이 커 보였다.

24일 검진을 받았고,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진단이 나왔다.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손상됐다. 봉합 수술이 필요하다. 25일 재검진 후 일정을 잡는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은 약 3개월이라는 설명.

당장 26일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3개월이면 10월말이다. 정규시즌은 끝이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야 이정후를 다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도 악재다. 이정후가 핵심이고, 중심이다. 나이 제한을 걸 때 기준점을 1998년생으로 잡은 것도 이정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표팀 소집이 9월20일로 예정되어 있다. 사실상 이정후의 출전은 불발이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어차피 이정후를 오롯이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일단 예비 엔트리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이정후의 포지션이 외야수라는 점이다. 이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외야수가 딱 3명이다. 이정후와 최지훈(SSG), 최원준(KIA)이다. 발표 당시부터 물음표가 붙었던 부분이다.

류중일 감독은 “강백호(KT), 김지찬(삼성), 김혜성(키움)이 외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전문 포지션은 또 아니다. 이들은 내야수로 놓고 판을 짜는 쪽이 낫다. 자연히 이정후의 대체 선수는 외야수가 돼야 한다. 와일드카드가 아니기에 1998년생-4년차 이하 선수 중에서 뽑아야 한다.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주전 중견수로 뛰고 있는 김현준(삼성)이 눈에 띈다.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05로 조건에 맞는 외야수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다. 타율 0.303에 수비력까지 갖췄다.

윤동희와 김민석(이상 롯데)도 후보가 될 수 있다. 각각 롯데의 외야를 책임지고 있는 영건들. 윤동희가 타율 0.312, OPS 0.719를 치고 있고, 김민석이 타율 0.274, OPS 0.683을 기록중이다. 수비력도 갖췄다. 윤동희는 우타자라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이외에 루키 정준영(KT)도 괜찮다. 특히 최근 수비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젊은 외야수들이 있다. 2개월도 더 지나야 경기를 치르기에 현시점에서 판단이 이르기는 하나, 일단 괜찮은 선수들은 보인다.

추가 변수도 있다. 와일드카드 구창모다. 전완부 미세골절로 이탈한 상황. 다음 달 재검진을 받는다. 7월 복귀는 어려워졌고, 빨라도 8월말이나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여전히 가능성은 있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미 구창모의 대안을 찾기 위해 회의도 진행했다. 구창모까지 빠질 경우 대표팀은 2명을 교체해야 한다.

이 경우 외야수 1명만 뽑는 것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 투수 쪽에 젊은 선수를 발탁하고, 외야에 와일드카드를 채워도 된다. 외야수 와일드카드 예비 명단에는 문성주(LG), 배정대, 김민혁(이상 KT)이 있다.

문성주가 가장 기록이 좋으나, LG에서 이미 3명이 뽑혔기에 문성주는 불가하다. 배정대 아니면 김민혁이다. 김민혁은 시즌 타율 0.313, 2홈런 26타점, OPS 0.778을 만들고 있다. 배정대는 타율 0.233, OPS 0.584가 전부지만, 최근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그러면 투수를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 구창모는 대표팀 에이스로 놓고 선발한 투수다. 선발로 본다면 오원석(SSG)이 가능성이 있다. 6월초까지 4승 2패, 평균자책점 3.49로 좋았다. 하필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부진에 빠졌다. 그래도 SSG의 선발로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또 다른 좌완 선발로 윤영철(KIA)이 있다. 특유의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데뷔 시즌부터 5선발로 나서고 있는 투수. 능력은 확실하다. 단, 강속구 투수를 선호하는 류중일 감독의 눈에 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펜으로 간다면 김영규(NC)가 있다. 구창모 자리에 그대로 들어가면 된다. 36경기 36.2이닝, 3패 13홀드, 평균자책점 3.19를 만들고 있다.

6월부터 계산하면 18경기 18.2이닝, 6홀드, 평균자책점 1.93이다. 대표팀에 왼손 불펜이 최지민(KIA) 하나이기에 김영규를 더하면 뎁스가 생긴다.

혹은 거꾸로 가는 방법도 있다. 와일드카드를 그대로 투수를 뽑고, 젊은 외야수를 데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수 쪽에 최원태(키움)나 엄상백(KT)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좌우 무관하게 이 둘이 가장 좋은 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정후의 부상이라는 상황은 벌어졌다. 구창모까지 빠진다면 투타 에이스 없이 대회에 나서는 셈이 된다. 교체가 불가피하다면, 결국 ‘뽑을 수 있는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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