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무너질 듯 휘청거리지만 끝내 버텨낸다. 개막 후 13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위권 순위경쟁 중인 두산 얘기다.

두산은 3위 NC와 1경기 차 5위다. 승패마진은 플러스 4(48승1무44패·8일 현재).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의 부상으로 개막을 시작했지만, 첫 두 달간 5할승률에 1승을 더해 기대이상 선전한 두산은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와 4번타자 김재환의 부진 속에 6월을 승률 5할에 4승이 모자란채 마쳤다.

‘위기’라는 단어가 떠오른 순간 기적처럼 11연승을 질주하며 반등했고, 7월 막판부터 5연패 늪에 빠졌지만 한화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따내 버티기에 성공했다.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이른바 불펜데이로 나서고도 대체 선발로 출격한 최승용이 5.1이닝 1실점으로 역투해 승리를 따냈다.

6위 KIA의 추격이 거세고, 3, 4위를 달리고 있는 NC와 KT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지만 두산도 끈질기게 버텨내고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큰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다수 있어 크게 무너지지는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무너지지 않을 뿐 불안요소는 도처에 깔려 있다. 우선 ‘전력의 절반’ 양의지의 8월 중 복귀가 불투명하다. 옆구리 근육이 1.8㎝가량 찢어져 강제휴식 중이다. 이 감독은 “선수는 뛰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살짝 찢어졌을 때 관리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 2~3주면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데, 지금 무리하다가 진짜 승부처 때 부상하면 더 큰 손해”라고 설명했다. 양의지 없이 최소 15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안방 강화가 취임 숙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외줄타기 하듯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선발진도 물음표가 있다.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이 허리 통증으로 재활 중이다. 오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복귀할 예정인데,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경기가 취소되는 등 변수가 생기면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도 있다. 라울 알칸타라도 지친 기색을 보였고, 곽빈과 김동주는 들쑥날쑥한 제구 탓에 계산하기 어렵다. 브랜든 와델을 제외하고는 안정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설상가상 선발진이 조기강판했을 때 버텨줄 추격조도 마땅치 않다. 올해 ‘마당쇠’로 변신한 김명신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그를 대체할 투수가 보이지 않는 점은 고민거리다. 장기레이스를 치르다보면 불펜 필승조의 체력관리를 위해 롱릴리프를 겸한 추격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영하에게 이런 역할을 맡길 수도 있지만, 그 역시 구위 저하로 2군에서 조정 중이다.

이유찬 등 젊은 야수들의 안정감 저하도 베테랑들의 체력부담을 가중한다. 김재호 허경민 등 왕조 주축들은 이미 30대인데다 폭염 속 매일 출장을 강행해 체력 보완이 필요하다. 수비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면 믿고 기용하기 어려우니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절실한 두산이다.

다연발 악재 속에서도 버티는 힘은 두산의 팀 색깔인 끈기에서 나온다. 특히 베테랑들은 “지난해 9위로 떨어진 아쉬움을 잊지 않으려면 우리가 야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힘을 부치지만 하나가 아닌 팀이 되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선수들이다. 이 경험이 무너질 듯 휘청거릴 때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참, 독특한 팀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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