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지금 전 세계는 부상 악령에 떨고 있다.

11월 A매치 기간을 통해 전 세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바이러스’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리그 개막 후 3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에 A매치를 치르는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에이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8~10주 정도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스페인의 초신성 파블로 가비(바르셀로나)또 유럽 2024 예선을 치르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2004년생으로 한참 성장하는 나이에 스피드, 운동 능력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부상이 찾아왔다. 시즌 아웃은 사실상 확정이고 내년 열리는 유로 대회, 올림픽에도 출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인의 파리생제르맹(PSG) 동료인 워런 자이르에머리는 발목을 다쳐 2023년 잔여 경기 출전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 밖의 나이지리아의 안드레 오나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등도 A매치 기간 대표팀에서 다쳤다.

현대 축구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가 경기 수의 증가다. 특히 빅클럽, 국가대표 선수의 경우 소속팀에서 리그, 클럽대항전, 컵 대회 등을 소화하는 와중에 A매치까지 치러야 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남미 선수의 경우 장거리 비행으로 피로가 가중된다. 개막한 지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일부 선수는 체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저하될 여지가 충분하다. 유독 지난 10월에 비해 이번 A매치 기간에 부상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로 볼 수 있다.

한국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한국도 유럽파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더 크다. 11월 월드컵 예선 소집 명단을 보면 23명 중 11명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이 주전급 자원이다. 몸 상태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특히 지금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내년 1월이면 카타르에서 아시안컵이 열리기 때문이다. 1960년 이후 무려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만큼 100% 전력을 갖추는 게 최대 과제다. 대회 전 부상자가 나오면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라이벌인 일본의 경우 유럽에서 뛰는 선수만 50~60명 정도고, 한국에 비해 에이스 의존도가 높지 않다. 한국은 다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나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튼),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한 명만 다쳐도 전력이 엄청나게 마이너스가 된다.

현재 시점에서 부상이 가장 우려되는 선수는 수비수 김민재다. 손흥민의 경우 클럽대항전을 병행하지 않고, 이강인은 매 경기 풀타임을 뛰는 자원은 아니라 체력 소모가 덜하지만, 김민재는 다르다.

김민재는 이번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마티아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가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김민재는 꼼짝없이 매 경기 90분을 뛰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최근 소속팀에서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온다.

김민재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도 종아리를 다쳐 본선 무대에서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시안컵 우승의 키플레이어인 김민재의 몸 상태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A매치 기간 김민재가 출전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비판하는 현지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과 바이에른 뮌헨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출전 시간을 걱정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