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어느덧 10년. 승강제는 K리그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지난 2013년 K리그는 본격적으로 승강제를 도입했다. 2012년에 두 팀이 강등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수많은 팀이 1~2부를 오가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에는 K리그 명문을 자처하던 수원 삼성이 최하위에 머물며 K리그2로 강등되는 대형 사건도 있었다. ‘흥미’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승강제는 분명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그림자도 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0여년간 승강제 정책을 위해 팀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K리그2 출범 원년이었던 2013년에만 FC안양, 부천FC1995, 수원FC 등이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고, 서울 이랜드, 안산 그리너스, 김포FC, 충남 아산, 충북 청주, 천안시티 등도 창단해 K리그2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K리그는 1부 리그 12팀, 2부리그 13팀 등 총 25팀으로 확장했다.

신생팀이 계속 늘어난 가운데 ‘K리그2의 부실 운영’이라는 약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만 봐도 김포가 1부리그 조건에 맞는 경기장을 충족하지 못해 승격 분위기가 잡힌 시즌 막바지에야 관중석 증축 계획을 세우는 등 졸속 행정으로 논란이 됐다. 안산 그리너스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부정이 발견돼 요직 인사가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연맹은 제재금 5000만원을 부과했다.

연맹은 K리그2 출범 이후부터 2부리그 팀을 만들어만 놓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2부리그 구단 관계자는 “10년이 지났지만 연맹은 여전히 2부리그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다. 창단은 계속하면서 프로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지원은 하지 않는다. 일단 만들어놓고 보는 식”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연맹은 이미 충주 험멜, 고양 Hi FC의 해체를 경험했다. 두 팀은 재정, 행정 등 여러 면에서 미흡함을 드러낸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출범 초기와 비교해 더 나아진 점도 있지만, 10년이나 지났음에도 2부리그를 사각지대에 두는 연맹의 스탠스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축구가 정치의 ‘노예’처럼 휘둘린다는 사실이다. 현재 K리그에는 시도민구단이 14팀(군팀인 김천 상무 제외)이다. K리그1에 다섯팀(광주FC,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강원FC, 수원FC), K리그2에 아홉팀(김포, 경남, 부천, 안양, 충북 청주, 성남, 충남 아산, 안산, 천안) 등이다. 기업구단보다 리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연맹 한웅수 부총재가 실질적 리더가 된 후 시도민구단 창단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도민구단은 재정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정당 소속인 지자체장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는 구단주여서 정파 논리에 따라 축구단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과거 한 구단주는 당선 전 선거 운동 과정에서 축구단 해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신생팀인 천안만 봐도 올시즌 지역 정치 논리에 구단이 크게 요동치며 창단을 주도했던 단장이 중도 하차했다.

축구인이 실력이 아닌 인맥과 관계를 통해 구단 요직이나 감독 자리에 오르려는 시도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큰 문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축구인이 지자체장이나 시도의원 등 정치인에 ‘줄을 서는’ 문화가 이미 정착해버렸다. 축구계 대다수 관계자가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지도자는 “이제 감독을 하려는 축구인은 가장 먼저 지역 정치인을 찾는다. 요새는 누가 가장 강하고 확실한 줄을 잡느냐에 따라 인사가 달라진다”라고 씁쓸한 현실을 얘기했다.

양적 팽창은 연맹이 추구하는 재정 건전화를 방해하는 최대 요인이 되기도 한다. 팀이 늘어나면서 선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인구 감소에 따라 등록 선수는 점점 줄어드는 게 한국 축구 현실인데, 선수의 선택지는 점점 늘어만 간다. 이제 1부리그도 2부리그 팀과 영입 경쟁을 하므로 선수 연봉은 점점 치솟고 있다. 1부리그 12팀 중 최대 세 팀이 강등되는 기이한 시스템도 인건비 상승에 한 몫 한다. 생존을 위해 이제 시도민구단조차 과감하게 돈을 쓰는 세상이 됐다. “왼발 쓰는 사이드백은 2억원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K리그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대변한다.

실제로 2013년 K리그 선수 평균 연봉은 약 1억1800만원이었는데, 2022년에는 2억400만원으로 거의 두 배로 뛰었다. 2부리그는 약 4400만원에서 1억2200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연맹이 선택한 창단 러시가 재정 건전화 정책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축구는 글로벌 스포츠라 내부 시장을 통한 연봉 통제가 더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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