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철저히 녹아웃 스테이지에 팀 컨디셔닝을 최상으로 맞추고 있다. 조별리그 시작부터 부상자를 제외하고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베스트11을 대체로 고정화해 운영한 한국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대조적이다.

모든 스포츠에서 ‘선택의 성공’은 결과로 말한다. 다만 모리야스 감독은 흔히 우승 후보가 대회를 치를 때 임하는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통산 4회 우승을 자랑하는 일본은 이번 카타르 대회를 앞두고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등 일부 주력 선수가 다쳐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나 조별리그 기간 구보가 스쿼드에 합류한 가운데 특별한 부상자 없이 16강을 맞이하게 됐다.

반대로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는 특별한 부상자가 없었는데 전지훈련을 거치며 김진수(전북) 등 일부 핵심 요원이 다쳤고, 조별리그 기간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와 풀백 이기제(수원 삼성)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월드컵에서도 브라질이나 프랑스 등 강력한 우승 후보는 조별리그가 아닌 녹아웃 스테이지에 맞춰 팀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조별리그 초반 기대할 만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조별리그 통과 수준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녹아웃 스테이지에 계획한 대로 주력 선수 컨디션이 최상에 도달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모리야스 감독의 의도도 비슷하다. 일본은 조별리그 1차전 베트남전에서 최전방에 유럽파 공격수가 아닌 호소야 마오(가시와)를 배치하는 등 부분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이라크와 2차전에서 1-2로 진 일본은 인도네시아와 3차전(3-1 승)에서 16강행을 확정해야 했음에도 선발진을 8명이나 바꿨다.

대회 3골을 기록 중인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나 구보, 도안 리츠(프라이부르크),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등 공수 주력 요원은 조별리그에서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않았다. 철저히 ‘지면 끝나는’ 녹아웃 스테이지에 맞춰 신체 리듬을 맞추게 했다.

실제 구보만 하더라도 100% 경기력이 아니어도 인도네시아와 최종전에서 특유의 예리한 뒷공간 패스 등을 뽐냈다. 경기 체력과 감각이 살아나고 있음을 증명했다. 강호의 정석대로 팀을 운영하는 일본. ‘100%’를 외치면서도 좀처럼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는 클린스만호가 바라봐야 할 부분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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