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장강훈 기자] “걱정이죠. 안다쳐야 하는데….”

KIA 이범호 감독은 자나깨나 부상 걱정이다. ‘슈퍼팀’으로 부를만큼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데, 주전을 뒷받침할 만한 백업 기량에는 의문부호가 남아있다. 이 감독 자신도 “베스트9이 안다치고 경기에 나가면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시작한 스프링캠프가 반환점을 돈 지난 13일 2년 총액 9억원에 감독으로 선임된 탓에 미래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임기 내 우승해야 본전인 멤버여서 이른바 ‘윈나우’를 외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감독도 “선수가 없으면 뒤가 두렵지만, 지금 멤버는 다치지만 않으면 내가 할 일이 있겠나 싶을 정도로 좋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부상을 걱정하는 이유는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KIA 입단 첫해였던 2011년 8월7일 문학 SK(현 SSG)전에서 생애 처음 햄스트링을 부상했다. 홈으로 쇄도하던 중에 상대 포수가 포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 발을 빼는 탓에 슬라이딩하려던 동작과 그냥 달리는 동작이 겹쳐 허벅지 근육을 다쳤다.

이 감독은 “타점왕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경기시작하면 이용규 김선빈이 1,3루를 깔아주니 하루 1타점이면 억울한 시기였다. 팀도 1위를 달렸는데, 내가 다친 뒤 중심타선이 도미노처럼 부상해 순식간에 4위로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KIA는 이해를 마지막으로 짧은 암흑기에 돌입했다. 시즌 초반 기세를 올리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하면서 팀 성적이 떨어지는 악습을 반복했다. 지난해도 시즌 막판까지 3위싸움을 펼쳤지만, 부상 악령에 발목을 잡혀 6위에 그쳤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팀 특성상 주축 선수 부상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신경쓰이는 인물은 ‘캡틴’ 나성범. NC 시절인 2019년 슬라이딩 과정에 무릎을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 허벅지 근육이 7㎝나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 감독은 “태어나서 처음 허벅지를 다쳤을 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재활을 완벽히 한 뒤 복귀해야했는데, 팀 사정 탓에 서두른 측면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성범이도 햄스트링은 처음 다친건데, 복귀한 뒤에도 매사에 100%를 하더라. 나는 지금도 똑바로 서있어도 몸이 기울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걱정을 전해들은 나성범은 “그렇지 않아도 80% 정도로만 뛰려고 한다. 코치님들은 ‘그냥 홈런치고 천천히 뛰어’라시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의식은 하고 있는데, 몸에 밴 습관이어서 잘 안된다”며 웃었다.

투수땅볼에도 전력질주하는 게 습관이 된 이유가 있을까. 나성범은 “신인 때였던 것같은데 NC 김경문 감독께서 첫 타석 후 교체하신적이 있다. 투수땅볼을 치고 나도 모르게 터덜터덜 뛰어갔는데, 이닝교대로 수비를 나갔더니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나오더라”고 비밀(?)을 공개했다.

그는 “신인급이었는데 미리 판단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모습에 실망하신 듯하더라. 경기 중에도 끝나고도 엄청 혼났다. ‘야구 그만둘 때까지 작은 플레이에도 최선을 다하고, 기본을 망각하지 않는 선수로 남으라’고 하신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머리로는 ‘아웃인데’라고 생각해도 몸은 100% 전력질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 이 감독 선임을 반긴 나성범은 “선수단을 잘아는 분, 계속 함께 생활하시고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주신 분이 감독으로 오셔서 너무 좋다. 누가되지 않도록 열심히해서 팬 여러분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자신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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