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모두의 축제 ‘올스타전’이 마무리됐다. 시즌 중 10개 구단 팬이 하나가 되는 딱 하루다. ‘신 스틸러’는 따로 있었다. 올스타의 ‘주니어’들이다. 귀여움 한도초과 그 자체다.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2024 KBO 올스타전이 열렸다. 팬 사인회, 썸머레이스에 이어 오후 6시 본 경기가 진행됐다. 어차피 승패는 의미가 없다. 관심은 선수들이 ‘어떤 준비를 해서 나왔느냐’다.

경기 전 만난 선수들은 대체로 함구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퍼포먼스가 휘몰아쳤다. 과거 어떤 올스타전과 비교해도 볼거리가 많았다.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다. 거의 모든 선수가 제대로 ‘각을 잡고’ 준비해서 나왔다. 팬들도 마음껏 환호했다.

진짜는 따로 있다. 선수의 자녀들이 귀여움을 한껏 뽐냈다. 1회말 양의지가 자기 딸들과 함께 나섰다. 딸 두 명은 판다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양의지 또한 헬멧 대신 판다 모자를 착용했다. ‘양바오(양의지+푸바오)’가 됐다. 환호성이 터졌다.

2회초 최형우 타석이 찾아왔다. 먼저 타석에 나간 후 뒤를 돌아봤다. 아들이 배트를, 딸이 헬멧을 들고나와 전달했다. 기를 제대로 받았을까. 솔로포를 때렸다. 홈으로 돌아온 후 아들, 딸과 세리머니를 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동원이 등장했다. 노란 재킷을 입었다. 닮은 꼴 배우 김광규 코스프레다. 혼자가 아니다. 딸도 노란 재킷에 장화까지 신고 나왔다.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었다. 왼손에는 막대 사탕까지 들었다.

전광판에 박동원 딸의 모습이 잡히자 관중들은 난리가 났다. 이어 박찬호도 딸과 함께 나왔다. 이번에도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2회말에도 이어졌다. 2사 3루에서 류지혁 타석이 됐다. 야구계 대표적인 ‘다둥이 아빠’다. 아들 둘에 딸이 하나다. 세 명이 총출동했다. ‘저출산 대책위원장’이라는 팻말을 손에 들고 나섰다. 6회초에는 마운드에 오른 쿠에바스가 아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SNS 사진 찍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8회말에는 로하스의 아들이 헬멧에 배트까지 들고 타석에 섰다. 우타인데 좌타석에 서있는 모습이 귀여움 그 자체. 9회말에도 양석환이 출전하면서 아들도 배트를 들고 등장했다. 아빠와 함께하고 싶은 듯했다. 음료수를 전달한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저출산 시대다.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이미 사회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자녀들과 함께 보여준 퍼포먼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가족의 힘’이다. 류지혁이 괜히 ‘저출산 대책위원장’이 아니다.

프로야구가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친구끼리 많이 오지만,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를 이어 야구팬이 되는 케이스는 허다하다.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많은 곳이다.

선수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정규시즌 도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타석에 설 수 없다. 올스타전이라 가능하다. ‘아빠가 이런 사람이란다’ 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파란 잔디가 깔린 그라운드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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