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선수 시절 스포츠서울 김한석 기자가 ‘바람의 파이터’ 별명을 붙여줬다.”

울산HD 제12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판곤 감독은 30년 전 선수 시절을 그리며 말했다. 본지 김한석 전 편집국장이 당시 ‘선수 김판곤’의 기사를 쓰며 매긴 별명을 언급했다. 그는 “(바람의 파이터는) 최배달(최영의)이라는 분의 인생을 그린 영화로도 나왔다. 그분이 도장깨기를 했다”며 “지도자로 첫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27년간 도장깨기하는 기분이었다. 모두 기대보다 우려가 컸는데 극복하고 왔다. 울산에서도 기대하는 모든 것을 이루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김 감독은 5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의 새 비상을 그리겠다고 다짐했다. 3년 6개월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울산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던 김 감독과 손을 잡았다.

현역 시절인 1992년 울산에서 프로로 데뷔해 다섯 시즌을 뛴 김 감독은 고대하던 친정팀 감독직을 맡게 됐다. 그가 K리그에서 정식으로 감독직을 수행하는 건 처음이다. 선수 끝자락을 홍콩 무대에서 보낸 그는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18~2021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지냈고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팀을 사상 첫 아시안컵 본선으로 이끌고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3-3 무승부를 거두는 등 나름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다가 최근 말레이시아와 계약을 해지하고 울산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울산이 여전히 리그 우승 경쟁을 하고, 코리아컵 4강에 진출해 있는 점, 또 내년 클럽월드컵에 출전하는 점 등이 지휘봉을 잡는 데 큰 동기 부여가 됐다고 했다. 다만 시즌 중반에 팀에 부임하는 ‘시기’가 걸림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좋은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각국) 대표팀 감독하면서 짧은 시간안에 좋은 경기를 끌어내는 노하우가 있기에 염려되진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능동적인 공격 전개와 더불어 공격적인 수비를 좋아한다. 1분부터 90분까지 지배하고 통제하며 승리를 추구하는 것을 선수들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로 영감을 준 인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언급했다. “영업 비밀인데”라고 웃으며 입을 연 김 감독은 “퍼거슨 감독이 추구하는 승리 비법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게 많다. 지금도 내 축구 철학, 게임 모델에 들어가 있다. 전술 역량 뿐 아니라 선수·구단을 관리하는 매니저라는 이미지를 줬다”면서 ‘매니저형 감독’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리그와 코리아컵에서 우승하고, (차기 시즌) ACL 결승에 오르겠다”며 첫해 목표를 구체화했다. 김 감독은 오는 10일 대구FC와 K리그1 26라운드 홈경기에서 울산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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