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10월 3일 개천절(開天節). 환웅이 하늘을 열고 태백산(백두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인간세상을 다스린 날이다. 이어지는 고조선 건국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동물이 곰이다. 인간이 되길 원한 곰과 호랑이 중 곰만 여자로 화신했는데, 바로 웅녀다. 환웅이 웅녀와 혼인해 낳은 이가 고조선 건국 시조 단군왕검이다.

그런데 2024년 환웅은 곰을 외면했다. 두산은 KBO리그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WC) ‘업셋 패’라는 굴욕을 맛본 날로 기록됐다. 반면 KT는 어김없이 ‘마법’을 부리며 하늘의 기운을 제대로 받았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 WC 2차전 KT와 경기에서 0-1로 졌다. 통한의 업셋 패다.

전날 1차전에서 두산은 0-4로 완패했다. ‘토종 에이스’ 곽빈이 출격했지만 1회에만 4실점하며 무너졌다. 몇 번의 득점 기회에서 공격을 살리지 못한 두산은 고개를 떨궜다. 그래도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기에 희망은 있었다.

그동안 역대 10번째 와일드카드전에서 5위 팀이 4위 팀을 꺾은 적은 없었다. 1차전에서 5위 팀이 이긴 적은 두 차례 있었다. 하지만 2연속 승리는 ‘불가능의 영역’에 가까웠다. 두산이 조금이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기록이다.

게다가 ‘개천절’이다. ‘베어스(곰)’ 이름처럼 환웅의 선택을 받은 웅녀의 기운도 기대했다. 하지만 하늘은 단 ‘1점’도 허락치 않았다. 득점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KT 마운드와 철벽 수비에 막혀 1·2차전 모두 ‘무득점’으로 무릎을 꿇었다. ‘굴욕의 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이 4.2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1차전과 출발부터 달랐다. 공격만 뒷받침되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필승조 이병헌이 1이닝 2안타 1실점했다. 실점이 아쉬웠지만 공격만 나온다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1점차다. 타선은 연이틀 침묵했다. 전날에도 그랬듯 또 다시 무득점이다. 결국 최초 ‘4위 팀 탈락’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 감독은 “2패를 해서 시즌을 여기서 마감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 4위로 마쳤는데 두 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끝났다.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점수를 내야 이길 수 있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거듭 밝혔다. 이 감독은 “너무나 죄송하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이기려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도와주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선수들 정말 열심히 했고 가장 고생했다”며 “죄송하다. 응원해준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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