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여진구가 1인 2역, 그리고 원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왕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여진구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쌍둥이보다 더 닮은 왕 이헌과 광대 하선 역을 맡아 1인 2역 연기에 도전해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연기 호평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너무 행복했던 순간들의 기억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한 여진구는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스스로 변화를 느끼고 촬영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소중한 작품이었다. 많은 분들께 오랜만에 사랑과 칭찬을 받아서 기뻤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연기를 전적으로 맡긴 김희원 PD의 믿음에 대한 고마움도 말했다. 여진구는 “감독님 덕분에 배울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야 하고 고집도 부릴 줄 알아야 하고 버릴 땐 빨리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게끔 만든 역할이었다. 칭찬도 받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앞으로 배우 생활에 있어 방향성을 알려준 작품이라 뜻깊었다”고 설명했다.

‘왕이 된 남자’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추창민 감독)의 리메이크 작이기도 하다. 워낙 연기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인 대선배 이병헌이 맡았던 역할을 자신의 색으로 표현해야 했기에 여진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이병헌에 대해 “선배님께 여쭤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어떤 모습을 살려야 할지 상의를 드리고 싶었다. 마음은 컸지만 소심해서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어 “그래도 아예 재창조를 해야 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원작은 저도 정말 좋아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나이도 달랐고 소운과 러브라인이나 감정이 강해졌기에 그것에 벗어나지 않게끔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1인 2역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솔직하게 말했다. 여진구는 “단단히 각오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헤맸다. 1화를 직접 보고 둘이 서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알 수 있겠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웠다. 보통 상대방과 교류를 하거나 혼자 있는 신인데 두 명의 인물을 살고 서로 부딪혀야 했다. 이헌과 하선의 호흡 조절을 저 혼자 해야 하니 헷갈리기도 했다. 다행히 1회 엔딩을 보고 나서부터 좀 감을 잡았다. 약간 아쉬움도 있었다. 조금 더 일찍 마음을 편하게 먹었더라면 새로운 것들을 더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라 토로했다. 이어 1인 2역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맡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해봤기에 오히려 대비를 할 수 있겠더라. 기회가 된다면 오히려 이헌, 하선 팀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여진구
배우 여진구. 사진|JANUS ENT 제공

중전 소운 역의 이세영과도 애틋한 로맨스를 보이며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세영에 대해서는 “감사드릴 점이 너무 많다. 항상 제게 환하게 얘기 해주시고 리허설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시고. 밝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제가 한 것에 비해 더 큰 노력을 해주셨다. 하선이 중전에게 믿고 기대는 것과 같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 모태 솔로로 알려졌지만 실감나는 로맨스 연기의 비결에 대해 묻자 여진구는 웃으며 “모태솔로라고 로맨스를 못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경험을 하면 달라지겠지만 멜로 연기를 실질적으로 느끼면서 하면 진짜라 생각한다. 실제 두근거림을 느끼며 촬영하고 애틋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이 세상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조선시대의 사랑을 해본 사람이다.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든 것인지 알게 됐다. 오히려 무섭고 두렵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여진구는 이번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MBC ‘해를 품은 달’까지 사극에서 강세를 보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지금의 여진구를 있게 도운 ‘해를 품은 달’ 당시와 현재에 대해 그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부터 많이 달라졌다. 그 때는 즐겁게 연기를 했을 때다. 큰 생각 없이 인물에 따라 움직였다. ‘왕이 된 남자’ 때는 그 때보다 밝게 촬영했지만 훨씬 고민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고민을 했다”고 스스로 비교했다.

“올해 많은 분들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한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통해 행복하게 사랑을 받으며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잊지 못할 스물셋을 만들었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저란 배우를 받아들여주셨단 것에 큰 감독이다. 이 일을 계속 기억하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JANUS EN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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