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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스타와 연예인은 닮은 점이 많다. 둘은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 속에 살아야 하는 점에서 닮았다.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들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대중의 과열된 관심은 때로는 올바르지 못한 사회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암표도 대중의 과열된 관심으로 야기된 사회현상이다. 암표는 불법이지만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도 된다. 암표가 많이 유통될수록 해당 스포츠와 스타 플레이어의 인기는 높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씨름 경기장 입장권 암표가 성행했다. 그 때만해도 씨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였다. 요즘은 우리 가수들 공연 암표가 성행한다고 한다. 11만원짜리인 BTS 콘서트 입장권은 700만원에, 16만5000원짜리인 H.O.T 콘서트 입장권은 21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암표가 있는 곳에는 암표상이 있다. 암표상은 인기가 있는 스포츠 경기, 공연, 명절 차편 등 표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 등장하곤 했다. 요즘 암표상은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공연, 경기 관람 예매가 모두 인터넷으로 이뤄져 암표상도 온라인상에서 활동한다. 암표상의 새 이름은 ‘티켓 리셀러’다. 리셀러들은 부동산투기를 하듯 입장권 투기를 한다. 모두가 원하지만 모두가 구할 수는 없는 티켓, 리셀러들은 이를 노려 시세차익을 챙긴다.

부동산 투기로 서민이 입는 피해나 리셀러들의 입장권 투기로 팬들이 입는 피해는 다르지 않다. 방탄소년단을 만나고 싶은 청소년은 아르바이트로 11만원을 벌 수 있지만 700만원을 벌기는 쉽지 않다. 암표 매매로 진정한 팬들이 공연을 못 보게 된다. 스타들은 팬들에게 좋은 공연 또는 경기를 보여줘 팬심(?)을 북돋우고 인기를 유지해야 다시 좋은 공연이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암표는 이런 선순환 고리를 끊어내고 종국에는 한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투기를 하는 리셀러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리셀러들의 암표 판매는 불법일까? 리셀러들이 경기장이나 공연장 앞에서 암표를 팔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상황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리셀러들이 온라인으로 암표를 팔면 처벌할 수 없다. 경범죄처벌법은 ‘흥행장과 경기장, 역, 나루터 등’ 오프라인에서 암표를 매매할 경우만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현행법으로는 리셀러들의 온라인 암표 매매를 처벌할 수 없다. 입법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즉 ‘입법의 불비’다.

하지만 리셀러들이 암표 매매를 위해 표를 구하면서 불법을 저질렀다면 리셀러들을 처벌할 수 있다. 리셀러들은 어떻게 암표를 대량으로 선점할 수 있을까?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매크로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를 이용하면 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 번 순서대로 해야 할 동작을 한 번의 클릭으로 자동 실행시킬 수 있다. ‘드루킹 사건’에서도 문제됐던 프로그램이다.

리셀러들이 매크로를 사용해 표를 대량 구매하면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 법원은 매크로를 사용해 야구 경기장 입장권을 대량 구매한 리셀러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한 적이 있다. 리셀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했을 뿐이지만 법원은 이를 티켓 판매업무의 적정성 및 공정성을 방해한 행위로 평가했다. 즉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대량구매하는 행위는 티켓판매자의 판매 업무를 방해행위다. 만약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사이트 서버에 장애를 발생시켰다면 컴퓨터 장애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제2항, 업무방해죄는 형법 제314조 제1항)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를 도용해 아이디(ID)를 다수 생성한 경우(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의2 제2항)나 위와 같은 ID 등을 통해 티켓 사이트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경우(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에도 처벌 받을 수 있다.

암표는 한자로 ‘어두운 음지에서 거래되는 표’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암(癌)’을 유발하는 표라는 의미로 불리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서나 쉽게 스포츠 경기를 접할 수 있지만 기술의 발전이 직관(직접 관람)의 욕구를 일으키기도 했다. 여전히 경기장 관람은 그 스포츠를 유지하고 발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스타는 팬이 있어서 존재한다. 암표라 여겨지면 사지 말고 신고하자. 한류에 암이 되는 암표를 팬들이 뿌리 뽑아주기 바란다.

<변호사·법무법인 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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