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2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이 특별했던 이유는 소소함에 있었다. 기존의 검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검사는 불의에 맞서는 히어로이거나 현실과 타협하는 거대한 악으로 그려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검사도 사람이다”라는 극중 내레이션처럼 ‘검사내전’이 그리고자 한 건 대부분의 검사들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실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소소한 ‘직장인’ 검사들의 이야기는 그간 드라마에서 다뤄진 적이 없었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11일 ‘검사내전’ 마지막회에서는 전 지청장 김인주(정재성 분)의 부름을 받고 서울로 간 이선웅(이선균 분)이 소신을 지키기 위해 다시 진영지청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늘 올곧을 줄 알았던 김인주 역시 스스로의 환부를 도려내지 못했고, 이선웅은 그런 지청장에게 실망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 세상이 공정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거는 희망이 있기에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이선웅의 마지막 독백을 통해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가 진영행을 택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검사내전’은 자극적인 전개나 개연성이 부족한 반전 없이도 검사의 삶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다. 특별히 잘난 인물이나 못난 악역 없이 극중 등장하는 모든 군상은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검찰 조직을 미화하는건 아니다. 수많은 유혹들에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검사들이 더 많다는 것,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담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검사가 등장하는 소재의 드라마는 극적 구성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검사들은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거나 적폐이거나 양극단의 캐릭터로 등장했다”며 “그런데 ‘검사내전’에서는 일상인으로서의 검사,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란 점을 강조한다.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이들이 다루는 사건들 역시도 우리가 매체를 통해 봐왔던 거대담론 혹은 게이트가 아니라 서민들이 겪을만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공감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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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의 배경인 지방 법원 진영 지청에서의 사건들 또한 지극히 일상적이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나 거대 정치권력과의 유착이 아닌 직장 내 성추행부터 게임 사기, 가정폭력, 워킹맘의 고충까지 생활 밀착형 사건들을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리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이런 지점에 대해 정 평론가는 ‘검사내전’이 블랙코미디적인 측면도 강했다고 봤다. 정 평론가는 “풍자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검사들의 위계 사회 모습이다. 조그마한 지방 지청 그 안에서도 위계 사회가 있는데, 새로 부임한 지검장이 오면 기존의 체계들이 바뀌어나가고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들이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들이라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검사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데는 배우들의 활약도 컸다. 이선균, 정려원부터 이성재, 김광규, 이상희, 전성우 등 내공 있는 연기자들이 한데 모여 그동안의 법정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직장인 검사들은 완벽하게 그려냈다. 특히 생활밀착형 검사 이선웅 역의 이선균과 3수석 에이스 검사 차명주 역의 정려원은 그 흔한 러브라인 하나 없이도 함께 동료로 성장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통쾌한 웃음과 먹먹한 여운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처럼 검사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긴 ‘검사내전’이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흔히 법정 드라마나 의학 드라마 등 전문직종 드라마에서 기대하는 극적인 요소, 권선징악적인 전개의 부재로 흥행까지 안고 가진 못했다는 반응이다. 정 평론가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다룬 부분이 아닌 새로운 검사의 모습을 다뤘다는 건 분명 참신한 시도고,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구성 자체가 연속극의 성격을 갖고 있지 않고, 한 두편 정도 안보고 중간에 봐도 이해하기 쉬울 수 있는 에피소드 구성이어서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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