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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의 이스타항공 발권창구가 승객이 없이 썰렁한 모습.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짓는 거래 종결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회사 내부의 체불 임금 해소 등을 놓고 갈등이 극에 치달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종결 시한은 29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시간이 임박해지고 있음에도 양사간 갈등의 폭은 좁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갈등의 주 원인은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4개월동안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체불된 임금만 총 250억 원에 달한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은 250억원에 달하는 체불 임금을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지고 해소하라는 입장이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는 사실상 계약 변경에 해당한다며 제주항공이 인수 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사전 협의 없이 오는 26일 신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주주들에게 고지해 마찰이 더욱 크게 빚어졌다. 이스타항공은 “계약 종결 전 임시 주총 소집은 계약상 의무 사항으로 제주항공에 지난 5월 말부터 이사, 감사 후보자 명단 제출을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측은 “딜 클로징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고 그전까지 아무 권한이 없는데 이와 같은 주총 소집을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를 놓고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측에 체불 임금 분담을 제안했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부담해야 할 문제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의견차가 지속된다면 인수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제주항공의 지원 없이 이스타항공이 생존하려면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대주주 사재출연 등을 해야하는데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별다른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19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임금 250억원을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이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임금체불)로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이하 남부지청)에 입건됐다. 입건은 사법처리 초기 단계로 사법기관의 정식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하는 단계다. 고용부 측은 이스타항공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정식적인 조사가 들어갔으며 관련 문제를 면밀히 살펴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계약 종료 시점인 오는 29일까지 인수 추진에 대한 의견이 매듭지어지지 않더라도 양측의 합의하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공시를 통해 계약 종료일을 ‘주식매매계약서에 의거해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합의하는 날’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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