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검
키움 브리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과 NC의 경기. 2020. 7. 14.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지난달 5일 키움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샌드위치 선물을 받았다. 샌드위치 선물의 발신인은 동료 제이크 브리검(32)이었다. 당시 브리검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음에도 동료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자신을 대신해 로테이션 한 자리를 메우고 첫 선발승을 거둔 조영건을 축하하고 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후 약 40일이 지났고 브리검은 마침내 마운드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14일 고척 NC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팀승리에 발판을 만들었다. 예상 밖의 부진과 부상으로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지만 복귀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밝게 웃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수훈선수 인터뷰에 임했고 지난달 5일 조영건을 대신해 선수단에 샌드위치를 돌린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브리검은 “한국에서는 첫 승을 하거나 기록을 세우면 동료들에게 커피나 피자를 사는 문화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에는 없는 문화인데 한국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참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조영건이 내가 나간 자리를 잘 메워줘서 정말 고마웠다. 조영건의 첫 승을 축하해주고 싶었고 방법을 생각하다가 샌드위치를 돌리기로 했다. 첫 승을 올린 조영건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저연차 선수의 연봉을 잘 알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2년차인 조영건의 연봉은 등록선수 최소 규모인 2700만원이다. 조영건은 지난달 3일 대전 한화전에서 브리검을 대신해 개인 통산 첫 선발 등판했고 5이닝 2실점으로 1군 무대 첫 승을 달성한 바 있다.

브리검샌드위치
제이크 브리검이 지난 6월 5일 키움 선수단에 전달한 샌드위치

사실 브리검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브리검은 이전부터 자신이 기록을 세우면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느덧 한국무대 4년차를 보내는 만큼 키움 외국인선수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도 맡고 있다. 2018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팀동료들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다가 현지인의 무례한 발언에 곧바로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던 일도 있었다. 브리검은 “당시 한 남성이 우리에게 굉장히 무례한 발언을 했다. 실망스러웠고 나는 우리 동료들을 지켜야 했다. 우리 선수들이 알아듣지 못했으나 인종차별 발언인 게 확실했다. 화를 참을 수 없었고 바로 가서 지적했다. 우리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회상했다.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었다. 브리검은 늘 키움 동료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인종차별과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는 우리 가족이 평범한 사람이지만 한국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를 환영해줬다. 내가 야구선수이기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한국 사람들은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로 우리를 맞이해준다. 한국에서 경험을 통해 우리 가족 모두가 더 나은 사람이 됐다”며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야구는 물론 야구 외적으로도 가치있다고 강조했다.

40일 전 조영건의 첫 승을 축하하며 샌드위치를 돌린 브리검은 자신의 늦은 첫 승을 자축하며 동료들에게 보답할 뜻을 전달했다. 그는 “지금 7월인데 이제야 첫 승을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스테이크라도 사야할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조만간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달할 브리검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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