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연맹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지난 4월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K리그 3차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K리그 연봉 삭감 논의가 결국 ‘용두사미’로 그치는 분위기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 프로스포츠도 재정적인 타격이 이어지고 있고, K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고통분담이라는 공통의 인식에서 시작된 연봉 삭감 논의는 피로도가 쌓일 만큼 진척이 더딘데다 결론을 내기까지는 아직도 여러 고비가 남아있다.

K리그 구단들은 연봉 삭감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상황이다. 최근 두 차례 대표자 회의를 통해 나온 결론은 선수단 연봉 감액 비율 기준을 포함한 권고안을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서 의결해 달라는 요청이다. 일괄적인 방식으로 연봉 삭감 문제를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맹 이사회는 1~2부리그 구단 대표 또는 단장들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부 인사들이 이사로 포함돼 있지만 선수보다는 구단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사회에 구단들이 선수들의 연봉 감액 기준을 의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연봉 감액 주체인 선수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가 열리기 전 주장-구단 대표 또는 연맹-주장 간담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계약으로 맺어져 있는 구단과 선수의 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연봉과 관련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간의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까지의 K리그 내 연봉 삭감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대화다운 대화가 진행되지 못했다. 프로축구선수협의 제안으로 지난 4월 연맹과 연봉 삭감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지난달까지 이렇다 할 진척 없이 기싸움만 벌이다 협상이 종료됐다. 서로의 분명한 입장 차만 확인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일 수도 있다.

축구계에서는 처음부터 선수와 구단 당사자 간에 연봉 삭감 논의가 진행됐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맹은 이 사안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넘어 마치 당사자 위치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그만큼 연봉 삭감 논의 과정에 깊숙하게 관여돼 있다. 구단들이 연봉 삭감과 관련된 권한을 일임했다는 이유로 연맹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쪽은 연맹이 아닌 계약 당사자인 구단과 선수들이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연맹이 한발 물러서 구단과 선수 간 논의의 장을 마련해주는 중재자 역할에 온 힘을 쏟아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제외하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선수단의 연봉 삭감을 프로리그 운영 주체인 연맹 또는 협회가 나서서 권고하거나 제안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연봉 삭감을 실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대부분의 리그는 구단 별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마다 피해 상황이 각기 다르고,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K리그에서 선수단 연봉 총액 1위인 전북 현대(158억원)와 최하위인 안산(18억원)의 차이는 9배 가까이 난다. 입장수입에서도 지난해 K리그 구단 가운데 1위를 차지한 서울은 38억원을 기록한 반면 K리그2 10개 구단 전체 입장수입은 31억여원에 그쳤다. 구단 별로 피해 규모가 천지차이인데 일괄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당위성이 떨어진다.

K리그에서 연봉 삭감 관련 이야기가 처음 나온지도 어느덧 4개월여가 흘렀다. 이제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일각에서는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제라도 협상 속도나 삭감 폭에 신경쓰기보다는 모두가 인정하고 수긍할 수 있는 연봉 삭감 논의가 펼쳐져야한다.

doku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