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국

[스포츠서울]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입양이 늘었다고한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반려동물에 관심이 쏠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입양은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잘 알다시피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인생에서 아주 큰 의미이자 도전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직장에 취업해서 돈을 벌 수도 없고, 추우면 혼자 보일러를 켜고 잘 수도 없으며, 맛있는 라면을 끓여먹을 수도 없다. 이처럼 사람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살기 어렵다. 사람은 반려동물의 대소변을 항상 치워주며 먹여주고 재워줘야 한다. 산책을 시켜야 하며 외로움을 탈 때에는 친한 벗이 돼야 한다. 반려동물 수명이 평균 15년이라면 15년 동안 한결같이 그의 보호자이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입양한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을 잘 돌보고 있을까? 수의사의 관점에서 보기엔 그렇지 않은 보호자가 꽤 있다. 기본적인 위생관리부터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귀청소를 하려는데 물어요.”, “발톱을 깎으려는 데 너무 저항이 심해서 깎지 못하겠어요.” ,“항문낭 짜기가 너무 힘들어요.”, “칫솔질은 꿈도 못꿔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안타깝게도 반려동물의 절반 이상은 이런 위생관리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생관리가 소홀하면 질병이 된다. 발톱을 잘 깎아주지 않으면 살을 파고 들어가며, 관절 및 걸음걸이에도 문제가 생긴다. 귀청소를 안해주면 외이염과 같은 귓병에 걸리기 쉬우며 항문낭을 안짜주면 항문낭에 염증이 생겨 수술할 수도 있다. 칫솔질을 안하면 치석이 끼고 잇몸을 파괴시키며, 치아에 사는 세균이 드물지만 심장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식이관리마저 엉망이면 반려동물의 미래가 암담하다. 영양가가 풍부한 사료를 주지 않고 사람 음식이나 간식 위주로 밥을 준다면 신장병 또는 간장병, 심장병, 만성췌장염, 염증성장질병 등이 일찍 찾아오기 마련이다. 반려동물에게 먹는 즐거움이 큰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잘못 들인 습관은 평생동안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금기 식품인 초콜릿, 포도, 오징어, 마늘, 양파 등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는 나이를 불문하고 항상 있을 수 있는 사고이다. 따라서 보호자는 먹는 것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덧붙여서 강조하고 싶은 게 환경관리이다. 위생관리와 식이관리가 잘 된다고 해도 반려동물이 생활하는 환경이 좋지 않으면 질병에 걸리기 쉽다. 특히 예민한 고양이는 환경의 변화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서 고양이하부비뇨기계 질병이나 피부병 등에 자주 걸리는 편이다. 이런 질병들은 만성질병으로 변화하기 쉽다.

관리방법에 대해선 평생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공부해야한다. 더 좋은 방법들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애정과 관심이 있어야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사망했을 때)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든 사고는 있을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때 결코 누구를 탓하거나 자신을 책망하지 않아야 한다.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것 자체가 진정 뜻깊고 보람된 일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이런 면도 고려하여 결정했으면 좋겠다.

<금천24시 우리동물메디컬센터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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