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KIA 박찬호, 침착하게...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가 땅볼 타구를 잡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풀타임 3년차다.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기다. 뚜렷한 약점은 기회가 될 수 있다. KIA 주전 유격수로 입지를 굳혀야 하는 박찬호(26) 얘기다.

박찬호는 팀 내에서 수비가 가장 좋은 내야수다. 무게 중심이 높아 종종 포구나 송구에서 실책을 범하기도 하지만, 스타트, 글러브 핸들링, 수비범위 등은 발군이다. 수비만 놓고보면 주전 유격수로 손색없다. 그러나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와 3루수에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주공산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해 활발한 트레이드로 내야수를 수집했고, 이보다 먼저 꽤 매력적인 신인들을 뽑아뒀다. 누구라도 튀어나오면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백업과 신인급의 경쟁이니 도드라질 방법은 타격뿐이다. 비활동기간부터 스프링캠프 시작까지 박찬호의 타격이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이유다.

[포토] KIA 박찬호,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타격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지난해 141경기에서 107안타를 때려내는데 그쳤다. 수비부담이 크고, 풀타임 유격수 첫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타율 0.223는 너무 낮다. 더 큰 문제는 출루율이다. 호쾌한 타격으로 상대를 괴롭히지 못하면, 끈질긴 선구안으로 걸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의욕이 강한 박찬호는 531차례 타석에 들어서 볼넷을 36개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힘이 떨어지는 타자이니 정면 승부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두 세개 커트하며 버티면 오히려 볼넷을 얻어낼 수도 있다. 타격꼴찌가 출루율(0.276)마저 3할이 안되면 감독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호쾌한 타격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2014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선발한 박찬호는 수비 하나로 세 시즌 동안 백업 역할을 수행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고, 복귀한 2019년에는 주전 3루수로 덜컥 낙점됐다. 입단 6년 만에 준비가 덜 된 상태로 ‘포스트 이범호’로 한 시즌을 치른 뒤 지난해에는 주전 유격수로 한 시즌을 치렀다. 수비에서 활동량 증가는 가뜩이나 약한 체력에 영향을 끼쳤고, 스스로도 체력저하를 절감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자기 것이 정립되지 않은, 군복무로 경력단절까지 생긴 선수에게 공수주 삼박자를 단기간에 갖추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시간을 주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구단이 어떤 밑그림을 그리는지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포토]환하게 웃는 LG 오지환
LG 오지환이 2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중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ul.com

박찬호는 KIA의 핵심 내야수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 모델이 LG 오지환과 KT 황재균 중 한 쪽이면 금상첨화다. 2009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오지환은 2년차이던 2010년부터 유격수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대안이 없기도 했지만, 류지현 이후 프랜차이즈 유격수를 키워내겠다는 구단 플랜이 잦은 실책과 저조한 타율에도 뚝심있게 밀고간 배경이 됐다. 타율이 멘도사라인에 머물 때에도 출루율이 3할 언저리였던 게 일종의 산소호흡기였다. 실제로 오지환이 안정적인 0.270대 유격수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입단 7년차이던 2015년부터다.

[포토] 황재균 \'빠질 틈이 없어\'
황재균이 3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2021 KT 위즈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기장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KT 황재균은 현대의 내야수 수집 정책 일환으로 2006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트 박진만’을 찾던 현대는 지석훈, 황재균, 강정호 등 고교 최고 내야수들을 신인 드래프트때마다 수집했고, 이들간 경쟁구도를 형성해 내야 왕국 계보를 히어로즈 시대로 이었다. 신인 때 남다른 타격 능력으로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지만, 거친 수비와 약한 체력으로 강정호에게 자리를 내줬다. 정성훈(현 KIA코치)의 LG 이적으로 3루수로 돌아선 황재균은 수비 부담을 덜고 활발한 타격으로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골든글러버가 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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