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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이 지난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2년차 징크스는 없다. 불펜 필승조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목표를 일단 20홀드로 잡았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의미다. KIA 고졸(광주일고) 2년차 투수 정해영(20) 얘기다.

정해영은 올해 이른바 ‘컨트롤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싶어 한다. 스스로도 “릴리스포인트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첫 번째 불펜피칭에서 그 의지를 증명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불펜에는 홈플레이트 위에 가로 세로로 줄을 설치해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뒀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해 투수들이 명확한 목표 점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불펜 투구 때에도 제구에 신경을 쓸 수 있고, 나아가 커맨드까지 고려할 수 있는 훈련법이다. 막연히 스트라이크존 언저리로 던지는 것보다 타깃을 핀포인트로 설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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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이 스프링캠프 도중 자신의 시즌 목표를 밝히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첫 번째 불펜 투구에서 8분간 28개를 던진 정해영은 20개를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 특히 홈플레이트 세로변을 따라 늘어뜨린 줄을 수차례 강타해 진갑용 배터리코치가 수시로 꼬인 줄을 풀어줄 정도였다. 189㎝ 장신에 타점이 높은 편인데, 볼을 끌고 나오는 거리도 꽤 길다. 지난해 정해영의 투구 기록을 살펴보면, 투구판에서 볼을 끌고 나와 던지는 지점(익스텐션)이 평균 195㎝에 달했다. 리그 평균이 18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뼘 가량 더 포수쪽에서 던진다는 얘기다. 야구공 지름이 7.23㎝이니 공 두 개 정도 앞에서 공을 뿌린다. 타자가 생각하는 히팅포인트보다 공 두 개 가량 뒤에서 타격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긴 익스텐션에 일정한 릴리스포인트로 포심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던지면, 자연스레 피칭 터널이 형성된다.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을 맞추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여기에 타점까지 높으니 포심 하나라도 네 가지 구종을 던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타고난 하드웨어가 빼어난데, 투구를 대하는 본인의 자세가 더해져 언터처블급 투수로 성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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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정해영이 지난 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제공=KIA 타이거즈

지난해 시행착오도 정해영을 한 뼘 성장하게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7, 8월에 비해 9월이후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체력이 떨어지니 볼끝이 무뎌져 고전한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비시즌 동안 체력 강화에 열을 올렸다. 그는 “고교 때와 비교하면 러닝량은 비슷했는데, 웨이트트레이닝 강도는 훨씬 높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안되고,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구단에서 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하려고 노력했더니 몸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며 웃었다.

강한 체력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미 프로 데뷔시즌에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 목표를 심플하게 세웠다.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 시즌 내 안다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며 “보직보다는 꾸준히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교 직속후배인 이의리 등이 1군 경쟁자로 등장한 것도 동기부여가 됐다. 정해영은 “뛰어난 후배들이 들어와 경쟁심도 강해졌다. (불펜으로 뛴다면) 시즌 20홀드를 목표로 열심히 던져보겠다”고 말했다. 표정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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