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임찬규, 올해는 10승 이상으로!
LG 임찬규가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중 러닝 훈련을 하고 있다.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구단에 정말 감사하죠. 제가 더 잘 해서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LG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트랙맨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이천 챔피언스파크에도 트랙맨을 설치했다.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1, 2년 늦었지만 차명석 단장이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하며 선수단 전체에 빠르게 트래킹 데이터가 녹아들고 있다. 지난해 호주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는 10구단 중 가장 먼저 휴대가 가능한 포터블 트랙맨을 구매해 해외에서도 트래킹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했다. 현재 포터블 트랙맨은 1·2군 스프링캠프에 활용되고 있다.

트래킹 데이터를 도입했을 당시 선수단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미 트래킹 데이터가 무엇인지 파악한 지도자나 선수도 있었고 마냥 생소하게만 느꼈던 이들도 있었다. 한 지도자의 경우 캠프부터 데이터를 산출하면 투수들이 부담을 느낀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LG 선발투수 임찬규는 전자였다. 이전부터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트래킹 데이터 수치가 나오자 이를 스스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경기 전후로 데이터 분석팀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선수도 임찬규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운드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았다. 지난해 개막을 앞두고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그는 피치 터널 이론을 활용해 터널 포인트를 극대화하며 반등했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최대한 동일한 릴리스 포인트와 초반 투구 궤적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고 개인 통산 최다이닝을 달성했다. 프로 입단 초창기처럼 150㎞ 강속구를 던지지 못해도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네 가지 구종을 활용한 절묘한 볼배합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그러면서 그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삼진비율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 8.41개로 이 부문에서 롯데 댄 스트레일리에 이은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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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3일 잠실 SK전에서 임찬규의 투구 모습. 포심 패스트볼(위)과 슬라이더(아래)가 중간지점부터 궤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당시 상대 타자 제이미 로맥은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 피칭닌자(Pitching Ninja) SNS 캡처.

임찬규의 활약은 동료 투수들의 기량 향상도 이끌었다. 강속구 마무리투수 고우석 또한 지난해 임찬규의 투구를 바라보며 포심 패스트볼과 짝을 이룰 컷패스트볼을 장착했다. 컷패스트볼 습득 과정에서 임찬규와 꾸준히 논의했고 확실한 두 번째 무기를 손에 넣었다. 고우석은 “찬규형이 내게 피치 터널의 중요성을 자주 얘기했다. 작년 캠프부터 찬규형이 활용하는 분석표를 보면서 내게 맞는 공이 무엇일지 찬규형과 고민했다. 처음에는 빠른 슬라이더를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컷패스트볼이 됐다”고 돌아봤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140㎞ 초중반대 컷패스트볼을 구사하고 있다.

[포토]2021 시즌 준비하는 LG 고우석
LG 고우석이 17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중 수비 훈련을 위해 공을 던지고 있다. 2021. 2. 17.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를 두고 임찬규는 “솔직히 내가 우석이처럼 150㎞을 던지는 투수였다면 피치 터널을 고민했을까 싶다”고 웃으며 “우석이가 피치 터널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고 기특하기도 해서 함께 연구했다. 하이패스트볼과 짝을 이룰 구종을 찾았고 그러면서 컷패스트볼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트랙맨을 도입해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트래킹 데이터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고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투수들이 트래킹 데이터를 접했으면 좋겠고 내가 더 잘 해서 트래킹 데이터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주자는 이민호 혹은 김윤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찬규는 “우석이처럼 내게 물어봐주는 후배들이 많다. (이)민호와 (김)윤식이도 데이터 활용 뿐이 아닌 운동방법 등을 늘 물어본다. 함께 야구 공부를 하는 셈이다. 민호의 경우 포심과 슬라이더가 어떤지,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아는 윤식이도 구종마다 느낌을 물어본다. 데이터를 공유하며 논의한다”고 동료들끼리 절차탁마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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