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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배우 한예리가 첫 할리우드 진출작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배우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한예리는 최근 개봉한 영화 ‘미나리’에서 제이콥(스티븐 연 분)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모니카로 분해 80년대 이주가정의 모습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미나리’는 선댄스영화제를 시작으로 유수의 수많은 해외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되거나 수상하며 제2의 ‘기생충’으로 불리고 있다.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 역시 “아름답고 보편적이다”라고 극찬했다.

특히 한예리는 윤여정(순자 역)과의 절절한 모녀 케미 뿐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 역할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 받았다. 봉 감독도 “한예리의 연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했다. 한예리는 “엄마 역할을 소화하는데 있어서 어렵다기보단 그냥 모니카로 그 공간 안에 존재해야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며 “두 아이가 너무나 편안하고 낯도 안가리고 예쁘다. 자연스럽게 ‘모니카 엄마’라고 불러줬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에서도 그 모습들이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질적으로 안보이고 자연스럽게 보여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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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개봉 전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고, 개봉 후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순항 중이다. 그러나 윤여정은 개봉 전 “솔직히 겁이 난다”며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한예리는 “선생님께서 왜 그렇게 이야기 했는지 잘 알고 있다. 많은 이슈가 있는 영화여서 뚜껑을 열어봤을때 관객분들이 왜 이 영화가 이렇게 인기가 있지라고 생각하실까 긴장되고 겁도 났다”며 “이 영화는 기승전결이 완벽하거나 장르적인 영화라기보다 담담하게 드라마로 이야기하는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한예리가 주목한건 ‘한국적인 정서’다. 이어서 그는 “극중 가족들은 80년대 초에 이주를 했지만, 이 가족이 살아가는 방법이나 가정을 꾸리고 삶을 지속하는 장면들이 한국적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이 비슷할거라고 생각한다. 비단 이민자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나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대변하는 존재다. 한예리는 “‘미나리’가 주는 힘에 대해 알게됐다. 강한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고, 가족의 많은 부분들을 표현해준다. 할머니가 무심코 뿌려놨지만 그 어떤 식물보다 잘 자라는 미나리가 이 가족 같기도 해서 연상되고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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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진출에 첫 발을 내딛은 한예리. 하지만 그는 “예산이 큰 영화는 아니었어서 크게 실감은 안난다. 한국 촬영장과도 큰 차이는 없었다”며 “처음엔 실감도 안났다. 비행기에 타니까 그때서야 체감됐다. 현장에서도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다. 감독님의 지인 분들도 많이 오셔서 도와주셨다. 내 힘만으로 한건 아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영화를 사랑하고 감독님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현장에 와계셨다”고 말했다.

‘미나리’는 한예리에게도 강인한 생명력을 부여했다. 그는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뭐든 해보지 않고 겁먹지 말자 싶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모든 일에 접근하자 이런 용기를 얻은거 같다”며 “윤여정 선생님을 보고도 많이 배웠다. 호흡도 너무 좋았고, 선생님께서 그 연세에 타지에 홀로 일을 하러 오신게 큰 용기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모습을 보고 용기를 냈다. 감동이었다. 선생님만의 고유한 개성과 색깔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감독님들이 러브콜을 하는구나, 내가 가진 고유한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 “내 인생에 있어서 꽃피는 순간이나 영광의 순간들이 있다면 좀 늦었으면 좋겠다. 좀 더 늦은 나이에 왔으면 좋겠다. 선생님만큼 여유가 있을때 오면 너무 행복하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예리는 “이 영화가 좋은 건, 자극적이거나 나쁠수 있는 걸 두드러지게 만드는건 오히려 쉬운 선택일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고 아름답게 진실되게 표현하는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게 ‘미나리’의 아름다운 지점이고 큰 힘이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실이라는게 녹록지 않고,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하루하루 버텨내기 힘든 순간이 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부분은 사진처럼 아름다운 구석이 있지 않을까. 뒤돌아서 생각하면 추억할 수 있는거 같아서 이 영화가 그런 부분을 아름답게 표현해줘서 고맙고 감독님에게도 감사한 부분”이라며 깊은 애정을 밝혔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주)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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