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 고우석, 한 박자 빠른 등판으로...승부수!
LG 트윈스 고우석이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8로 뒤진 8회 1사 1루 상황을 맞아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굵직한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0㎞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이 140㎞대 컷패스트볼과 터널링을 이루며 상대 타자를 공략한다. 자연스레 보다 효율적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간다. 이전에는 삼진과 외야플라이 비중이 컸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땅볼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올린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3)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시즌을 준비하는 평가전부터 과정이 보인다. 지난 3일 창원 NC전부터 실전에 돌입한 고우석은 의도적으로 컷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였다. 그 결과 3일 경기에서는 아웃카운트 3개 중 2개가 내야땅볼, 지난 10일 울산 KT전에서도 아웃카운트 3개 중 2개가 내야땅볼이었다. 대포알 같은 150㎞ 포심 패스트볼과 140㎞대 컷패스트볼 위주로 타자를 상대하며 2연속경기 무실점 피칭을 했다. 특히 KT전에서는 투구수 6개로 삼자범퇴를 달성하는 극강의 효율을 자랑했다.

어느정도 예고됐던 일이다. 지난해 고우석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땅볼의 비중이 플라이볼보다 높았다. 프로 1년차였던 2017년 플라이볼 하나당 땅볼 0.61개, 2년차였던 2018년에는 플라이볼 하나당 땅볼 0.97개, 3년차였던 2019년에는 플라이볼 하나당 땅볼 0.62개였다. 그런데 지난해 땅볼 39개, 플라이볼 32개로 비율이 1.22개가 됐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두 달 이상을 이탈했지만 재활 과정에서 슬라이더 그립을 연구했고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은 컷패스트볼로 연결됐다.

[포토]2021 시즌 준비하는 LG 고우석
LG 고우석이 지난달 17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2021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중 수비 훈련을 위해 공을 던지고 있다. 이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고우석은 지난해 시즌 중 컷패스트볼을 습득한 과정을 두고 “(임)찬규형과 메이저리그(ML) 투수들을 보면서 피치터널을 신경 쓰게 됐다. 피치터널의 기반이 되는 것은 결국 포심 패스트볼이다. 포심과 얼마나 흡사한 구간이 길고 갈라지는 구간이 짧으면서 빠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ML에서 포심이 좋은 투수들은 포심과 컷패스트볼, 혹은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로 피치터널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슬라이더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포심 그립에서 손가락을 붙여서 슬라이더 느낌으로 던져 봤다. 생각보다 공 움직임이 좋았고 의도한대로 포심처럼 가다가 꺾였다. (유)강남이형도 받아보더니 바로 실전에서 써보자고 했다. 경기에서도 잘 먹혔다”고 웃었다. 덧붙여 고우석은 “내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면서 이렇게 빠르게 컷패스트볼을 습득한 것 같다. 컷패스트볼도 결국 패스트볼의 일종 아닌가. 변화구라고 생각 안 하고 자신있게 포심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져서 편하고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물론 컷패스트볼을 던진다고 비약적으로 투구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고우석 또한 이 부분에 있어 신중함을 유지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등판하는 시점에서는 타자들의 집중력이 가장 높아진다. 선구안도 부쩍 향상된다. 컷패스트볼을 던진다고 늘 공 한 두 개로 타자를 잡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우리팀 수비가 워낙 좋아서 분명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세 번째 구종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컷패스트볼로 어느 정도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고우석
LG 트윈스 고우석이 지난해 10월 4일 수원 kt전에서 13-8로 앞선 9회 마지막 타자를 야수 호수비로 잡아내며 끝내자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수원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우석의 말대로 LG 내야수비는 수준급이다. 에이스 케이시 켈리, 2018년과 2019년 에이스 구실을 했던 타일러 윌슨 모두 투심 혹은 싱커와 같은 무빙패스트볼을 주로 던졌고 내야진과 조화를 이뤄 많은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새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 역시 낮은 로케이션 공략에 능한 투수라 LG 내야진과 상성이 좋을 확률이 높다.

고우석 공략법은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고우석과 마주하는 모든 타자들이 150㎞대 강속구에 초점을 맞추고 타이밍을 빠르게 잡는다. 하지만 포심과 구분할 수 없는 140㎞대 컷패스트볼이 들어오면 빗맞은 타구가 나올 확률이 높다. 고우석의 컷패스트볼은 땅볼은 물론 타자들의 배트까지 조각내는 더할 나위 없는 무기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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