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6월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소통도, 배려도 부족하다. ‘뽑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차출은 지양해야 한다.

한일전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의 ‘차출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 이슈가 발생하는 시점에 울산 현대 선수만 7명을 뽑아가는 상식 밖 결정이 나온 게 발단이었다. 부상에서 갓 복귀한 홍철까지 뽑아가자 홍명보 감독은 “서로 소통하면서 선발했으면 좋겠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3명이 차출된 FC서울의 박진섭 감독도 “소통이 있었다면 이해했을 것”이라는 말로 협회와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다. 협회가 K리그 구단과 따로 미리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모습이다.

K리그 팀 입장에서 보면 협회의 이러한 행태는 최근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갑질이나 다름이 없다. K리그 팀들은 대표팀에서 선수를 뽑겠다고 하면 거절할 도리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시국에 클럽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방문 시 자가격리 5일 이상이 필요한 국가의 팀은 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음에도 그 권한을 활용한 K리그 팀은 없었다.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대표팀에 선수를 보내야 하는 게 K리그 팀의 현실이다. 자칫 선수의 미래를 막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반대는 불가능하다.

이번엔 A대표팀에서 문제가 됐지만 사실 더 심각한 사안은 K리그 산하 유스 선수들이 들어가는 연령대 대표팀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에서 10여년 전부터 시작한 K리그 유스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유스 선수들과 일반 학교, 클럽 선수 간의 실력 격차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년간 K리그 유스 소속 선수들이 연령대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스럽게 대표팀 차출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 과정에서 프로 산하 유스팀들은 지속적으로 협회의 일방적인 차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협회가 너무 자주 선수들을 데려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K리그 구단의 유스 담당자는 “최근에는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해 소집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대회가 없는데 그냥 훈련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선발할 때가 있었다. 특히 왕중왕전이나 K리그 주니어, 챔피언십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차출할 때도 있다. 심지어 대회 도중에도 뽑아간다. 그래서 중요한 대회에서 베스트11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적도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상자를 선발하는 것도 문제다. 또 다른 구단의 담당자는 “선수가 다쳤는데 뽑아간다. 재활시키겠다면서 데려가는데 더 다쳐서 돌아올 때도 있다. 우리가 투자해 선수를 키우는데 자기들 소유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무분별하게 뽑아가니 대표팀에 자주 간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표팀에 못 간 선수가 잘 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협회가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출 과정에서도 협회의 무성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단순한 행정처리마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현장 근무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연령대 대표팀 차출 선수가 많은 다른 구단의 직원은 “차출 공문을 제대로 못 받은 경우도 허다하다. 수신처를 보니 구단은 아예 빠진 적도 있더라. 우리가 선수를 육성하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다. 한 번은 부모에게 먼저 소식을 들은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기타 구단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협회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태도와 인식의 문제다. 협회가 소통하고 배려했다면 갑질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경우 소집마다 각 팀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몸 상태를 확인하고 차출을 동의받는다. 그래서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협회가 망가진 이미지를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리 협의하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그 정도도 하기 싫다면 계속 욕을 먹어야 한다.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